70대 자영업자 대출 3배↑…한계기업·취약차주 이중고
대출 이자도 갚기 힘든 '한계기업'이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도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취약차주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17.1%였다. 전년보다 0.7%포인트 늘어나며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17.4%에서 18.0%로, 대기업이 12.5%에서 13.7%로 각각 상승했다.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한계 상태에 빠진 기업 비중도 44.8%에 달했다. 반면 한계기업에서 정상기업으로 회복한 비중은 12.8%로 줄어 회복력이 약화됐다. 실적 부진과 과다 차입 등으로 부실 위험이 큰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도 7.0%로 뛰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39.4%), 숙박·음식(28.8%) 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석유화학(10.1→11.1%)과 전기·전자(14.2→15.4%) 업종도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로 크게 증가했다. 한은은 "전반적 실적 개선에도 한계기업이 늘어난 것은 경기적 요인에 더해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부문도 취약 신호가 두드러졌다.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은 2분기 말 기준 차주 수 14.2%, 대출액 기준 12.2%로, 가계 취약차주(각각 7.0%, 5.2%)의 두 배 수준이었다. 취약차주는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를 뜻한다. 특히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2021년 45.1%에서 올해 2분기 53.9%로 늘어 위험 노출이 확대됐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고령 차주의 대출 비중이 28.7%로, 20~30대(8.7%)의 세 배 이상이었다. 가계 취약차주의 경우 고령 차주 비중이 9.8%에 불과해 자영업자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연체율도 높다. 올해 2분기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11.34%로, 가계(10.48%)보다 높았다. 취약차주 중 연체 차주 비중도 자영업자가 25.6%로, 가계(20.1%)보다 컸다. 연체 진입률은 2021년 약 2.5%에서 올해 4.42%로 올랐으며, 연체 지속률도 같은 기간 71.0%에서 79.4%로 상승했다. 이는 연체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취약차주 부실이 여러 업권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며 "대손충당금 확충과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