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천절 때 타종 이후 22년 만에 771명 국민 초청 공개…신종 조성 연도 상징
올해부터 2029년까지 타음조사…보존과 관람 환경 개선 위해 신종관 건립 추진
1천200여년을 이어온 성덕대왕신종(별칭 에밀레종)의 깊은 울림을 국민들이 직접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4일 오후 7시부터 박물관 내 성덕대왕신종 종각 앞에서 관람객들에게 종을 두드려 울리는 소리를 분석하는 타음(打音) 조사 공개회를 가졌다. 종의 깊은 울림을 관람객에게 직접 공개하는 것은 2003년 개천절 때 타종 이후 22년 만이다.
이날 공개회에는 신청자 3천800여명 중 사전 추첨을 통해 성덕대왕신종이 조성된 해를 상징해 771명이 선정되는 기쁨을 안았다.
타음 행사를 찾은 한 시민은 "책에서만 접하던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직접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며 "천년 전 신라인들도 이 소리를 들었을 거라 생각하니 시간 여행을 한 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철학자 김용옥, 주낙영 경주시장 등이 함께하며 타종의 의미를 더했다.
국보 성덕대왕신종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완전한 형태의 통일신라시대 범종이다. 신라 경덕왕이 부친 성덕왕을 기리기 위해 주조를 시작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뒤를 이은 혜공왕이 771년에 완성했다. 높이 3.66m, 무게 18.9톤(t)이다.
웅장한 규모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아름다운 문양, 장엄한 종소리로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대표 문화유산 중 하나다. 특히 몸통에는 1천여 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당대 문화와 예술·사상을 엿볼 수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구름을 타고 날아오를 듯한 비천(飛天·하늘을 날아다니며 하계 사람과 왕래한다는 여자 선인을 뜻함)상은 기법이 화려하고 독창적이다.

이 종은 당초 성덕왕의 원찰인 봉덕사에 걸려 있었지만 북천 범람으로 흙 속에 묻혔다가 1460년 영묘사로 옮겨졌다가 이 절에 불이 나자 1507년 경주읍성 남문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1915년 경주부 관아였던 옛 경주박물관으로 옮겨 겼다가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이 신축되며 현재의 자리에 보존돼 있다.
경주박물관은 1992년까지는 제야의 종으로 꾸준히 타종하다가 균열이 우려돼 이듬해부터 일상적인 타종을 중단했다.
이후 1996년, 2001~2003년, 2020~2022년 등 3차례에 걸쳐 연구조사 목적 등으로 타음 조사를 진행했다.

2018년 학술심포지엄과 2023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발간한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학술조사연구자료집'에 따르면 성덕대왕신종은 걸쇠와 용뉴(용의 모양을 하고 있는 범종의 가장 윗부분)가 구조적으로 약하고 야외의 온·습도 변화에 상시 노출돼 있고, 태풍과 지진, 화재 등의 천재지변에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번 타음 조사 공개회는 신종의 아름다운 울림을 국민과 공유하고, 과학적 조사를 통한 보존 대책 마련을 위해 진행한다. 경주박물관은 이번 타음 조사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종이 내는 고유의 진동(고유 주파수)과 미세한 비대칭으로 인한 맥놀이 현상의 변화 여부, 부식 및 열화도 파악을 위한 고해상도 사진 촬영에 중점을 준다.
앞으로 타종 전후의 외형 변화, 종각의 공간 음향 분석, 온·습도 변화와 해충, 조류 배설물로 인한 피해도 조사 등도 진행해 조사 결과는 추후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성덕대왕신종의 노출 전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예방하고 이 종의 보존과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신종관(神鍾館)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건립할 신종관은 현 종각의 공간 음향을 분석한 결과를 반영해 최적의 종소리를 찾고 온·습도에 따라 개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평상시에는 종을 종걸이에 매달지 않고 바닥으로 내려서 무게를 지탱하던 용뉴를 보호하고, 높이가 높아서 보기 힘들었던 종의 상부도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