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엔드 이니셔티브' 북한 호응할까? 아직 회의론 팽배

입력 2025-09-24 17:26:53 수정 2025-09-24 20: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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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대화 상대로 인정 안하는 북한 '한국과 마주 앉을 일 없다'
UN 대북제재로 교류에 한계 분명… 정동영 "새로운 접근 필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북한 내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씨와 억류자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진영씨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북한 내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씨와 억류자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진영씨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일명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이제는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북측의 냉기류가 강하고, 대북제재 때문에 실질적 교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엔드(END)'를 한반도 냉전 종식 방법론으로 꺼내 들었다.

비핵화에 대한 논의나 협상이 수년간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 비핵화'만 내세우기보다 교류 및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와 관련,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세 요소에 우선순위나 선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앞선다고 여겨지는 '교류'마저 현재로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한 측이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어기지 않고 북한과 할 수 있는 교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2일 공개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한국을 두고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라고 험담하는가 하면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향후 남북 대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 관계는 이제 없다'고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다. 북미 관계를 풀기 전 어떤 형식으로든 남북대화는 안하겠다는 얘기"라며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은 요원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통일부와 북한연구학회가 함께 연 '북한의 2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장관은 "남북은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적으로, 국제정치적으로 줄곧 두 국가였다"고 언급하며 "지금은 남북관계에 대한 실용적 접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아울러 동·서독 간의 기본조약을 남북기본협정의 모델로 언급, 서독이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한 대목을 짚으며 "동·서독이 걸었던 평화의 경로를 되새기며 남북 간에서 평화공존의 새로운 규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