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승부처는 전력] 반도체·클라우드 '에너지 리스크' 상시화

입력 2025-09-24 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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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 연합뉴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첨단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첨단 산업은 일시적인 전력 공급 차질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최근 대만 남부 발전소의 화재로 촉발된 심각한 전력난의 여파로 공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9일 대만에서 세 번째로 큰 남부 가오슝 싱다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대만전력공사(TPC)가 '전력시스템 경계운전통보' 경보를 발령했고, TSMC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는 등의 조치로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

이는 TSMC 반도체 공정의 클린룸 작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전력 생산은 주로 석탄과 가스를 사용한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노후 전력망이 약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TSMC를 필두로 한 첨단 반도체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커 정전 사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TSMC가 발표한 '2023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TSMC의 에너지 소비량은 247억7천500만kWh로 2022년에 비해 10% 넘게 증가했다. 이는 대만 전체 전력 소비량의 8.96%, 대만 전체 공업 부문 전력 소비량의 16.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021년 미국 오스틴 공장에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해 기술진 수십명을 급파한 바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멈추지 않고 계속 가동된다.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 반도체 제조 특성상 한 부분이 멈추면 연쇄적으로 다른 공정에도 영향을 끼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정전으로 폐기 처분을 하는 웨이퍼 수가 많지 않아도 공정이 멈출 경우 떨어진 생산량을 다시 끌어 올리고, 최적화된 상태로 공정 상태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도 전력 공급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운영이 중단되자 세계 공항에 항공편이 지연·결항되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박찬국 한국외대 기후변화융합학부 교수는 지난 22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례 정책 세미나'에서 "AI 데이터센터의 밀리초·초·분 단위 극심한 부하(사용량) 변동은 기존의 전통적인 전력망 설계 가정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것"이라며 "대규모 부하의 동시 이탈이 연쇄 정전의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