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나체 해부 묘사' 작품 건 봉산문화회관…구청장 지시에 전시회 직전 전시장 폐쇄

입력 2025-09-24 16:38:20 수정 2025-09-24 19: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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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정치·종교·상업 금지' 운영 조례 수차례 위반
회관 "작품 교체 요구했지만 작가들 반발 심해"
구청장 지시로 전시장 폐쇄 수순…관련 감사 이어질듯

24일 오전 봉산문화회관에 걸린 작품. 이승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화투패와 합쳐 묘사했다. 남정운 기자
24일 오전 봉산문화회관에 걸린 작품. 이승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화투패와 합쳐 묘사했다. 남정운 기자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이 후원한 전시회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비하하는 작품이 내걸릴 예정이었다가 행사 직전 무산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봉산문화회관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운영 조례 등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류규하 중구청장이 문제 작품이 있는 전시실 전체 폐쇄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오전 방문한 봉산문화회관은 이날 오후부터 열리는 전시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라는 제목의 전시회 현장에는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작품이 여럿 걸렸다.

이중 한 작품에는 윤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체 상태로 해부된 모습이 묘사돼 있었다. 해당 인물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은 채 누워 있었고 특정 신체부위 안쪽에는 건진법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려져 있었다. 작품 하단에서 작가는 "아래 괴수와 무뢰배 놈들이 역병을 여기저기 옮기고 있으니 절대주의할사!"라고 적었다.

문제의 작품을 그린 A작가는 다른 전시회에서도 정치색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작품을 전시하려다 제지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A씨는 지난 2014년 '세월오월'이라는 작품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이 조종하는 허수아비로 묘사했다가 당시 광주 비엔날레 전시를 거부당했다.

해당 작품 옆에는 화투패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이승만 전 대통령 초상화를 담은 그림이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동광(오동나무 광) 패에 그려진 닭 머리와 합쳐진 형태로 묘사됐다. 해당 작품 자리에는 당초 지난해 사망한 아베 전 총리를 반라상태로 그려넣은 그림이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회관 측 제지로 작품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오전 전시회 준비 과정에서 작품 수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중구청은 류규하 구청장 지시로 전시실 3개 중 문제 작품이 집중된 1전시실 전체를 폐쇄키로 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봉산문화회관이 정치‧종교적 목적이 있는 행사에 회관 사용을 허가하면 안된다는 운영조례를 수차례 어긴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관 측은 지난해 '채상병 사건'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했고, 지난 13일에는 팔공산 대륜사가 주관하는 불교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회관은 주최 측인 대경미술연구원에 전시장을 무료 대관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효린 중구의회 부의장은 "어느쪽이든 정치적 성향을 띈 그림이 걸렸다면 보고 즉시 철거했어야 함에도, 조치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며 "봉산문화회관이 관련 조례를 어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계속된 지적에도 비슷한 문제가 나오는 건 재단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회관 측은 전시회에 앞서 문제 소지가 있는 작품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회관 관계자는 "지난 22일 전시 작품 목록을 확인한 뒤 주최 측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작가들이 해당 작품 없이는 전시회를 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며 "이후 작가들이 도심재생문화재단과 중구청을 찾아 전시 강행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위기관인 도심재생문화재단은 작가들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고 전시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24일 오전 관련 소식을 접한 류규하 중구청장은 즉각 작품을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

중구청은 해당 전시를 사실상 작가들과 회관의 '공동기획'으로 판단하고, 전시 기획 과정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관계자는 "회관에서 조례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곧 회관 측에 조례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