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시기에 12월은 봄입니다
열차가 닿고 있는 플랫폼에 아지랑이
동동동 내 까치발에 얼음꽃, 봄입니다
◆시작 노트
미지의 독자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행간 위에 서서 미지의 독자 여러분을 마중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멈추지 않듯 살아 있는 동안 우리의 노동과 고뇌도 멈추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여, 숨 한번 고르시고 우리 함께 생각해 보아요.
나는 지금 어디서 누구를, 또 무엇을 마중하고 있는지… 지금 내가 서 있는 플랫폼에서 나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렇게 까치발을 들고 기다리는 그날이 얼마나 간절한지를요.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설렘의 아지랑이가 일렁인다면 눈 속에서도 꽃이 피듯 지난한 우리의 삶도 피어나지 않을까요. 하루하루 정성들여 가꾼 시간 속에서 당신의 당신을 만난다면 혹한의 12월인들 어찌 봄날이 아니겠습니까.
어느 시인은 말했지요. 아픔이 너를 꽃 피웠다고. 우리에게 오는 고통을 품고 견디고 어루만진 자리에서 결국 한 송이 꽃이 피나 봅니다. 그렇다면 아픔이 꽃자리요, 그 꽃자리는 다시 지고 또 피는 자리가 되겠지요. 이 거부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 안에서 우리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살아가나 봅니다. 조화롭게, 아름답게, 모두 함께.
우리는 시간의 플랫폼에 서서 저마다의 아침을 마중하고 있습니다. 기적 같은 하루를요. 우리는 또 사랑의 플랫폼에 서서 희망을 마중합니다. 가슴 벅찬 당신을요. 그렇게 당신이 오신다면, 당신이 오시기에 12월은 봄입니다.

◆성국희 약력
-2011년 서울신문,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6년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외
-시조집 '꽃의 문장' '미쳐야 꽃이 핀다' '당신이 오시기에 12월은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