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김교영]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인가

입력 2025-09-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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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검찰청 폐지(廢止)'가 국민을 위한 '추석 선물'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민생 회복' '정치 회복'이 더 간절하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검찰청 폐지 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개혁은 77년간 유지한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개혁의 목표는 검찰 권력의 축소다. 핵심은 수사(搜査)와 기소(起訴)의 분리, 검찰청 폐지다. 막강한 검찰 권력의 폐해, 정권과 손발을 맞추는 '검찰의 정치화'는 분명 비판의 대상이다. 검찰·정권의 유착은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자행됐던 검찰의 흑역사다.

당정(黨政)이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보면,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에 공소청을, 행정안전부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한다. 이는 민주당의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발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는 법률안 공포일부터 1년 후 시행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후속(後續) 조치 등은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사회적 합의(合意)가 없는 개혁은 실패한다. '반쪽 개혁'은 정권이 바뀌면, 뒤집어진다. 민주당 독단의 검찰 개혁안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제1 야당과 법조계의 반대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다. 후속 조치에도 당내 강경파(強硬派)의 뜻을 반영하려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없애고자 한다. 진보 성향 법조계 일각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9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앤다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검증하는 기구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권력을 조정하거나 배분할 때는 반드시 그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대안이 전무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묻히거나 기소 유지가 안 되면,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다.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이후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2020년 142.1일이던 사건 처리 기간은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4년 312.7일로 2.2배 늘었다. 수사 업무가 폭증하자 베테랑 경찰관들은 수사 부서를 떠나고, 신참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변호사들은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기가 민망(憫惘)하다고 한다. 사건 처리가 오래 걸려 들어가는 돈과 시간에 비해 피해자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란다. 변호사들 사이엔 '수포자'(수사 포기자)란 말이 유행한다. 수포자는 '사건을 오래 묵히다 인사 발령으로 수사 부서를 탈출하는 경찰'을 지칭한다. 다소 과장이 있겠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 지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검찰 개혁은 검찰권 남용(濫用)을 막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형사사법 시스템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 후속 조치를 둘러싼 당정 갈등설이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주도로 여야·전문가·검찰의 의견을 들어서 우려되는 문제를 제거할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의 기세(氣勢)로 봐선 순탄치 않을 것 같다. 개혁이 분풀이 도구가 되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