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군축협상 노리는 김정은 '통미봉남' 전략 노골화

입력 2025-09-22 17:19:17 수정 2025-09-22 19: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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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국가론 재차 강조하며 "남조선과 대화 없다" 입장 분명히
동맹국과 균열 만드는 '갓끈 전략' 꺼내들었다는 분석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대적 2국가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남북 대화는 거부하는 한편 미국과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통미봉남' 카드를 꺼낸 가운데 정부가 대북 관계 경색을 풀어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원칙적인 대미·대한 입장을 천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3년 '2국가론'으로 '1민족 2국가' 구상을 대외적으로 알린 바 있다. 이후 한국과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이를 더욱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다"며 "국제적으로 완전히 두 개 국가로 고착됐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한미동맹을 겨냥해 "자주정치와 사대매국정치가 합치될 수 없고 자위국방과 종속국방이 병합될 수 없으며 자립경제와 식민지 하청경제가 결합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라며 통일 방안을 모색조차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대미 관계에 대해서는 개선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과의 모든 대화 창구를 닫고 미국과는 조건부 대화 의지를 피력한 점에서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만드는 '갓끈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갓끈 전술은 1972년 김일성이 한·미·일 동맹에 대해 "남조선 정권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나온 개념으로 2개의 갓끈 중 하나만 잘려도 갓이 날아가듯, 미·일 중 한쪽과의 관계만 끊어내도 한국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에 기초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이날 얘기는) 김 위원장이 2023년 얘기한 2국가론과 같고, 변화된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을 통해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출구를 찾아낸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남북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북미대화에 기초해 경제적 기여를 하는 방식으로 핵동결, 혹은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접근 외에는 다른 방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