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철 9년 만에 태풍 영향 없어
태평양 10년 변동 주기·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
최근 잦은 비로 늦더위가 꺾여 추석 연휴 동안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가을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이 적잖아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가을 태풍 피해가 평년보다 더 강력해질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나왔다.
22일 기상청 태풍발생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9년 만에 여름철 태풍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0년 평균 태풍 발생 통계를 보면 태풍은 6월 0.3개, 7월 1.0개, 8월 1.2개 등 연평균 2.5개의 태풍이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는데, 올해는 여름철에 모두 14개의 태풍이 발생했음에도 대만·중국·일본 등지로 빗겨나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만든 이중 고기압이 일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여름철 중층 북태평양 고기압과 상층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뒤덮으면서 찜통 폭염이 나타났는데, 더운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열대 저기압인 태풍의 북상을 막았던 것이다.
문제는 올여름과 달리 가을에는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태풍 발달을 억제하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고,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의 씨앗'인 열대요란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돼 날씨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동아시아의 해수면 온도를 끌어올리는 태평양 10년 변동 주기(PDO)까지 겹쳐 올해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4℃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여름철만 봐도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8도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고, 7월은 24.6도, 8월은 27.5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각각 1.3도, 1.1도 높았다.
실제 한반도 주변 북서태평양에서는 지난 18일, 17호 태풍 '미탁'에 이어 18호 태풍 '라가사', 19호 태풍 '너구리'까지 3개의 태풍이 연달아 발생했다. 다행히 현재로서는 3개의 태풍이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여름의 경우 이례적으로 태풍 영향권에 들지는 않았지만, 해수면온도가 높아진 만큼 가을철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에 북상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원태 박사(전 APEC 기후센터 원장)는 "그간 태풍이 발생하더라도 한반도 부근에 오면 적도 열대태평양보다 해수면 온도가 낮아 세력이 약화됐는데,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록적인 피해를 줬던 2016년 태풍 '차바'도 가을에 찾아왔다"며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도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가 계속 공급이 돼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국내를 관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