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충격에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산업 직격탄

입력 2025-09-21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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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협상 지연·일본과 격차 확대…지역 수출기업 위기 고조

16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16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구경북의 주력 수출 업종인 자동차부품 산업이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일본과의 관세 격차가 벌어지고, 완성차 기업들의 현지 조달 확대가 맞물리면서 지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조속한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지자체 차원의 긴급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친환경차 비중을 현재 24%에서 60%로 높이고, 내년부터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제는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국내 부품사들의 납품 물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50만대로 늘릴 방침이다. 이는 관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국내 부품 공급 기회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늦어지는 관세 협상도 지역 부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 지난 7월 한미 협상에서 일본과 동일하게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 지연으로 여전히 25%를 부담하고 있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는 지난 16일부터 관세율이 15%로 낮아지며 한·일 간 10%p(포인트) 격차가 발생했다.

대구지역 피해는 더욱 직접적이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상장사 50곳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1% 감소한 1조9천294억원, 순이익은 28.0% 급감한 8천861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부품사의 부진이 실적 하락에 직접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서 해외 생산 확대를 고민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1차 협력사의 66.3%가 대미 관세를 직접 부담하고 있으며, 자금력이 부족한 2·3차 협력사는 장기화에 버티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한 중견 부품사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맞춰 대응해야 하지만, 멕시코 등지로 진출하던 전략도 흔들리고 있어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금융지원과 해외 네트워크 확충,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관세 변수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버틸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며 "정부 협상과 지자체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