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일정 속 선발의 불펜 전환 잇따라
삼성 최원태, 한화 최원태 등 불펜서 선전해
LG 송승기·손주영, 롯데 벨라스케즈는 불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프로야구 2025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선발투수가 불펜 역할을 맡는 경우가 조금씩 나온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단기전과 비슷한 투수 운용이 또 다른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삼성, 최원태 불펜 전환
프로야구는 보통 한 주에 6번 경기를 치른다. 한 팀과 3연전씩 6연전을 치르는 일정. 하지만 9월부턴 사정이 달라진다. 팀마다 다르지만 띄엄띄엄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비 등으로 연기된 경기와 남은 경기를 더해 새로 일정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팀당 10경기 남짓 남았다. 하지만 순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3~5위 싸움이 치열하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펴야 하는 셈. 평소라면 5인 선발 체제를 가동하겠지만 이젠 사정이 다르다. 징검다리 일정 속에 3~4명으로 선발투수진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남은 선발은 불펜으로 뛴다. 불펜의 부하를 줄인다는 의미도 있다. 매 경기 전력투구하다 보면 선발투수를 빨리 바꾸는 일도 적잖은데, 이 경우 불펜의 부담이 커진다. 불펜으로 전환한 선발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닌다. 삼성 라이온즈의 최원태가 그렇다.
최원태가 올 시즌 처음 구원 등판한 건 13일 KT 위즈전.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선 2⅓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불펜 이호성과 이승민이 흔들리자 마운드에 올라 불을 잘 껐다. 이날 승리투수도 최원태의 몫이 됐다.

최원태는 올 시즌 삼성의 새 식구가 됐다.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4년 최대 70억원에 계약했다. 기대엔 다소 못 미쳤다. 18일 경기 전까지 7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구위는 좋았지만 제구가 종종 흔들렸다. 그 바람에 투구 내용이 들쭉날쭉했다.
그래도 불펜에선 적지 않은 힘이 됐다. 삼성은 불펜이 고질적인 약점. 이호성과 배찬승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최원태가 경기 후반 2이닝 정도 버텨주면 김태훈과 이승민의 어깨도 가벼워진다. 현재까지 최원태의 '불펜 아르바이트'는 성공적이다.
◆한화, KT, 롯데 등도 시도

한화 이글스도 엄상백을 불펜으로 활용 중이다. 엄상백은 올 시즌 16번 선발 등판해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 후 4년 78억원에 FA 계약한 걸 고려하면 민망한 성적. 고민하던 한화는 불펜 보직을 맡겼다. 9월 7경기에 구원 등판해선 무실점을 기록했다.
2위 한화는 선두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20일 KT와의 대결(2대4 한화 패)에서 문동주가 올 시즌 처음으로 불펜 역할을 맡았다. 에이스 코디 폰세(5이닝 4실점)에 이어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다만 팀 타선이 추가 득점에 실패, 웃진 못했다.

KT의 패트릭 머피에겐 불펜이 더 익숙한 보직.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도 주로 불펜 역할을 맡았다. 시즌 중 KT 유니폼을 입었으나 선발로선 아쉬운 모습. 이닝 소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9일 두산 베어스전, 11일 LG 트윈스전에서 불펜으로 나섰다.
변수가 생겼다. 토종 에이스 소형준이 20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어깨에 부담을 느낀 탓. 패트릭을 계속 불펜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분간 패트릭은 선발 역할을 수행한다. KT와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으로선 힘이 더 날 수 있는 소식이다.

불펜 전환 카드가 늘 성공적인 건 아니다. 선두 LG는 13일 KIA 타이거즈전(3대6 LG 패)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송승기를 불펜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송승기는 1⅓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다. 손주영도 20일 삼성전(4대14 LG 패)에 임시 불펜으로 나서 1⅔이닝 3피안타 2실점했다.
6위 롯데는 더 답답하다. 빈스 벨라스케즈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10.50. 불펜으로 전환한 뒤에도 좋지 않다. 20일 키움 히어로즈전(5대15 롯데 패)에서도 불펜으로 나서 1이닝 3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