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부른 실패한 과거로의 회귀"...금감원 비대위, 국회 앞에서 집회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금융감독원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관치금융을 부활시키려는 불순한 획책이라는 비판이 금감원 내부로부터 터져 나왔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8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의 실패한 금융감독체계로 퇴보시키는 것이다. 관치금융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1997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된 금융감독체계를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며 "운영과 예산의 자율성을 가진 통합감독기구 설치를 요구해 금감원이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개편안에 따라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재정경제부의 통제를 받게 될 경우, 금융감독이 경기 활성화나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헌정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던 1990년대의 실패한 모델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번 개편이 움직임이 국제적인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IMF는 지난 2020년 우리나라 금융부문 연례 평가에서도 금감원에 더욱 많은 운영과 집행 권한을 부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며 "개편안 강행 시 국제사회의 신뢰도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비대위는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대한민국의 MSCI지수 선진국 시장 편입 및 KOSPI(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목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의 독립성 훼손이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 사유로 내세운 '민주적 통제 필요성'에 대해서도 "사실을 호도하는 왜곡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비대위는 "금감원은 이미 금융위원회의 예산 승인을 받고 매년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며 "행정부의 예산 통제와 입법부의 업무감사는 명백한 민주적 통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면 재경부 관료가 아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비대위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 신설안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개악"이라고 규정했다.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소비자 보호라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업무를 인위적으로 분절시켜 감독 사각지대와 기관 간 책임 회피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개편안이 특정인을 위한 자리 만들기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졸속 강행을 즉시 중단하고 공청회 등 민주적인 논의의 장에서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