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쪼개기, 증권·보험업계도 우려…"중복검사, 결국 소비자 피해로"

입력 2025-09-17 16:35:29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중복 검사, 비용 부담 등 비효율 커져...결국 금융사 서비스 축소로 이어져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두고 증권업계와 보험업계에서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감독기구가 나뉘면 한 사안에 대해 여러 기관의 중복 검사를 받게 돼 비효율이 커지고, 그 비용 부담이 결국 금융사의 서비스 축소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다.

17일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 공동 주최한 '기재부·금융위 조직 개편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정부 개편안은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신설될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산하 공공기관으로 편입되고,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신설된다. 이를 통해 금융감독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현장 관계자들 목소리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랐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금소원을 분리·설립하는 개편안에 대해 "현장을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감독기관이 둘로 나뉠 경우 가장 큰 문제로 중복 검사를 꼽았다.

예를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현재는 금감원이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 문제를 한 번에 점검한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고객 손실에 대한 불완전판매 조사는 금소원이, 증권사의 건전성 및 불법행위 점검은 금감원이 각각 담당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한 번만 받으면 되는 검사를 두 개 기관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효율은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의견이다. 이 위원장은 "비용이 늘면 증권사는 영업점과 직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 뻔하다"며 "IT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취약 투자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금소원 신설에 따른 부담이 증권사와 고객에게 이중으로 전가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역시 우려를 표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 역시 "보험사 입장에서는 감독관청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라며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조직 개편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험업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편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를 더 세밀하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위원장은 "직원들은 민원 평가로 불이익을 받고, 보험설계사들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며 "소비자는 무조건 옳다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험인을 구해달라" 고 호소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여한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금감원이 공공기관화 되면 금융사 분담금이 아니라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하고, 매해 공공기관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감사원의 회계감사가 주가 아닌 직무감사를 받는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사의 어려움도 전망했다. 그는 "현재의 2개(금융위·금감원)의 관리감독기관 하에서도 금융사는 숨도 못 쉬는 상황이다. 4개(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가 되면 금융사의 해외시장 진출은 물론이고, 국내 금융조차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통화주권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