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코스피가 장중 3317.77pt를 찍으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전날 미국에서 발표된 '오라클'의 실적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해서였다. 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AI 서버에 기판을 공급하는 이수페타시스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에서 주문이 급증하고 있는 초고압 변압기를 만드는 효성중공업은 올해 각 180%, 250% 상승했다.
AI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챗GPT의 편리함에 감탄하는 사이 미국에선 AI 도입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CBS 뉴스가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미국에서 AI 도입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해고는 2만7천명 이상이었다.
인간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 같다. 지난 1일 테슬라는 '지속 가능한 풍요'라는 키워드의 '마스터플랜 파트4'를 발표했다. 노동, 에너지, 모빌리티를 재정의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풍요를 이루겠다는 발표였다. 여기서 말하는 '재정의'란 희소성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으로 노동 공급을 늘리고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것인데 말이 좋아 해방이지 실은 노동 가치의 하락을 뜻한다.
많은 사람들은 AI와 로봇의 발전을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진 사회에서 혹자는 빨리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에 참여하라고 독려한다. 문제는 자산 증식은 기본적으로 자산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 개인 투자자의 평균 주식 투자 금액은 약 5천만원이다.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상위 1%가 전체 금액의 53%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99% 투자자의 평균 금액은 2천500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투자자의 30%는 100만원 이하의 투자자다.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투자자의 평균 투자액을 감안하면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서는 지속적으로 '생활비 + 알파'를 벌기 어려운 수준이다. 쉽게 말해 AI 시대를 맞기 전에 좋은 자산에 투자해 놔야 한다는 조언이 대다수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글로벌 증시를 관통하는 AI와 로봇의 성장은 실제 우리의 삶에는 양날의 검과 같다. 현재를 사는 나는 이 풍요의 일부를 누릴 수 있으나 10살짜리 아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마냥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1호 공약으로 인공지능 전환을 통한 AI G3 도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세계 3대 AI 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맞는 방향이다. 미국,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AI 기술 전쟁에서 한국은 적어도 G3를 목표로 이제라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AI가 바꿀 세상에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좋은 귀감이 된다. 한은은 '자율주행시대, 한국 택시 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이라는 보고서에 택시 면허를 정부가 매입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율주행택시가 나오면 운수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질 것이란 예측에서다. 우리 정치가 국민의 삶을 연착륙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짜내야 할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오고 있다.
최재리 자산운용사 팀장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