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한국을 침략한 나라는 어디일까.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는 지적 개성이 강한 극소수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북한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헌법상 국가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일본을 떠올릴 수도 있다. 정답은 중국이다. 중국은 1950년 6·25 전쟁에 참전하면서 우리나라를 침략했다.
그렇다면 20세기에 한국인을 가장 많이 죽인 나라는 어디일까. 6·25 전쟁에서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국가가 아니므로 다시 한번 제외한다면 북한과 함께 한국을 침략한 중국이 단연코 가장 많은 한국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나라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등으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은 그보다 훨씬 적은 규모였다.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우리를 식민 통치했고 1965년 국교를 정상화했다. 중국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우리와 전쟁을 벌였고 1992년에야 수교했다. 일본이 더 오래 전 가해자고 관계 정상화도 더 오래 전에 이뤄졌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와 함께 식민 지배에 대한 사실상의 배상도 이행했으며 일부의 주장과 달리 무라야마 담화와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바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은 6·25 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 부르며 여전히 참전을 정당화하고 북한과 혈맹 관계를 내세운다. 당연히 침략 전쟁에 대한 배상이나 사과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현대에 와서도 중국은 한국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봄철마다 국민을 마스크 쓰게 만드는 황사, 산업 스파이를 통한 기술 탈취, 서해를 자국 바다처럼 주장하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북핵 제재를 무력화하고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은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등 우리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 국민의 반중 정서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적어도 미국·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집회와 비교하면 중국 대사관 앞 시위는 그 이유라도 분명하다. 반미·반일 집회는 한국 특유의 성격이 강한 반면 중국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위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대사관 앞 시위만을 콕 집어 '깽판'이라고 비판했다. 나는 광화문에서 근무하며 미국·일본대사관 앞 시위를 수도 없이 목격했으나 경찰이 이를 제지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유독 중국 대사관 앞 시위만 금지한다고 한다. 이는 명백히 위법한 법집행이다. 집시법상 대사관 100미터 이내 거리에서의 시위가 아니라면 금지할 수 없다.
중국에 '셰셰' 하겠다는 대통령임은 알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이나 법치주의보다 중국의 심기를 더 중시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불행히도 21세기 한국이 다시 침략을 당한다면 그 상대는 팽창하는 패권국인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그쪽'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조상현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