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늘 피곤하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 않고, 하루 종일 무기력하며, 작은 일에도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탓으로 돌리지만, 원인이 단순히 생활습관만은 아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노출되는 중금속이 그 배경일 수 있다.
납·수은·카드뮴·알루미늄 같은 중금속은 대기, 수질, 식품, 심지어 치과 충전물이나 의약품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다. 이들은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해 만성 피로와 무기력, 우울감을 유발하고, 신경계와 면역계를 교란시켜 다양한 만성질환을 악화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노출이 조용히,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이다. 혈관 안에 녹이 서서히 끼듯, 몸속에도 보이지 않게 쌓여 건강을 위협한다.
이러한 독성 금속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킬레이션 요법이다. '킬레이션'(Chelation)은 집게라는 뜻으로, 약물이 금속 이온을 집어 체외로 배출시키는 치료법이다. 대표적으로 EDTA라는 합성 아미노산이 쓰이는데, 본래는 납·수은 같은 중금속 중독 치료제로 승인되었으나, 연구가 진행되면서 혈관 내 칼슘 침착과 활성산소를 줄여 혈관 청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실제 임상에서는 정맥으로 EDTA 용액을 투여하는 치료를 10회에서 20회 이상 꾸준히 시행하며,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께 사용해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아직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EDTA 킬레이션 치료그룹이 위약 그룹에 비해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약 18% 감소했으며,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이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물론 모든 연구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보고도 있어, 킬레이션 요법은 현재로서는 보조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 또한 신장 기능 저하, 저칼슘혈증,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있어 반드시 전문가의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만성피로는 단순히 피곤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과 혈관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킬레이션 요법은 중금속 해독과 함께 혈관을 청소하는 보조 치료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생활습관 개선—금연, 절주, 규칙적 운동, 균형 잡힌 식사—이 뒷받침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혈관은 곧 생명이다. 보이지 않는 오염원까지 관리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금속 해독과 혈관 청소라는 관점에서 킬레이션 요법은 현대인의 만성피로를 풀어가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므로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병원은 최신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환자의 상태를 세심히 평가하고,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필요한 경우 킬레이션 요법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혈관 관리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만성피로를 풀어내는 해법은 혈관관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부터 전문 치료까지 균형 잡힌 관리가 필요하다.
김성호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