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입력 2025-09-14 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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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신규 원전 실현 가능성 없어"…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속속 포화
'법원, 새만금공항 제동', 가덕도·광주 군 공항 이전도 난관
원전 활성화, 신공항 기대 품은 TK는 어쩌나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원자력발전보다 재생에너지에 힘을 실으면서 원전 활성화에 기대감을 품어 온 대구경북(TK) 지역에 다시 '탈원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설상가상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은 속속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어 기존 원전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전국 지방공항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는 속에 TK 최대 현안인 신공항 사업도 비슷한 길을 걷도록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TK에 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

14일 원전 업계 등은 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탈원전 정책 기조로 선회할 듯한 발언을 내놓아 긴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정부 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해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미래원전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도 안 됐다"고 했다. 그는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며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원전 업계 주변에서는 새 정부에서 원전 산업이 문재인 정부에 이어 다시 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주류를 차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존 원전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의 꼬리표가 달린다. 주요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조만간 한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향후 10년간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과 포화율 전망에 따르면 고리 원전의 포화율은 올해 93.5%로 내년에 95.1%까지 오를 전망이다.

한빛 원전도 올해 85.3%에서 2029년 95.1%로, 경주 월성원전도 현재 84.6%에서 2033년 98.6%까지 포화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수원은 수십 년이 걸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 전, 임시저장시설을 확보해 포화율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주민 협의 등 각종 사전절차가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AI 시대 동력인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원전 건설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제고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형우 전북특별자치도 건설교통국장이 11일 도청 브리핑을 통해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국토교통부가 패소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우 전북특별자치도 건설교통국장이 11일 도청 브리핑을 통해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국토교통부가 패소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부산·경남 지역구 의원들이 14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가덕신공항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부산·경남 지역구 의원들이 14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가덕신공항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 공항 줄줄이 차질…TK 신공항 운명은?

TK 현안의 주요 축을 차지하고 있는 신공항 건설 역시 교착된 사업 추진의 동력을 찾는 데 애를 먹긴 마찬가지다.

대구시가 새로운 군 공항을 지어주고, 기존 부지를 개발해 비용을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가 아니라 정부가 재정을 들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쉽게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타 지역 공항 사업의 난맥상도 TK 지역에 경고등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의 숙원인 새만금국제공항은 최근 법원이 건설 작업에 제동을 걸어 정상 추진 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 역시 공사 기간과 시공사 재선정 논란 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던 광주공항 이전 논의도 지역별 동상이몽 속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TK 신공항 역시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 등에서 각별히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사업 명칭을 바꿔서라도 정부 책임을 부각하는 등 '기본으로 돌아가자'가 해법을 찾아보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란 사업명은 TK 지역에 공항을 하나 더 짓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처럼 여겨진다는 이유다. 애초 대구 도심 군 공항(K-2 공군기지)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된 사업의 본질이 희석되고 SOC 사업에 방점이 찍혀 '정부 업무가 지방에 전가됐다'는 맥락이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국민의힘·대구 수성구갑)은 오는 18일 조속한 '대구 도심 전투비행단 이전 건설사업' 추진을 위한 국회 정책세미나 개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군 공항 이전이 국가 사무임라는 여론을 확산시킬 복안이다. 주 부의장은 앞서 매일신문(9월 4일 보도)에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