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깃발 아래 '관치금융' 그림자…금감원 감독도 정부 입맛대로 우려

입력 2025-09-12 16: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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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체계 개편 핵심은 금감원의 공공기관화
"정책을 쥔 힘이 감독까지 좌지우지하는 모순적인 구조 고착화될 것"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 규탄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금감원 로비에 설치된 금감원 동기회가 세워둔 근조기. 연합뉴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 규탄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금감원 로비에 설치된 금감원 동기회가 세워둔 근조기. 연합뉴스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두고 그 본질이 권력 강화를 통한 '관치금융' 회귀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환위기(IMF) 이전 막강한 권한을 자랑했던 '재경부'가 사실상 부활하며 금융 감독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및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이다.

먼저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획재정부(재경부)는 경영평가, 예산, 정원(TO) 통제권을 손에 쥐게 된다. 사실상 금융 감독의 '목줄'을 재경부가 잡는 셈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조직이든 인사와 예산을 쥐고 있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재경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감독이나 검사를 축소하라는 압박이 들어와도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재부는 매년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를 해왔으며, 이번 개편을 통해 오랜 숙원을 이루게 됐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 감독의 독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독 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재경부가 일괄적인 잣대로 예산과 인력을 재단할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 예를 들어 특정 분야의 검사 인력이나 시스템 구축 예산을 요청해도 재경부만의 논리로 삭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감독 역량 약화와 전문 인력 이탈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연결되기도 한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로는 시장 안정을 위해 때로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초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이 나오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며 소신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의 진정성에 대한 내부 평가는 엇갈리지만, 최소한 독립적인 감독기구의 수장이기에 가능했던 목소리라는 의견이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재경부의 통제 아래 놓이면 임원 임명부터 경영평가까지 모든 것을 재경부가 틀어쥔 상황에서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금융 정책과 감독이 분리되지 않고, 정책을 쥔 힘이 감독까지 좌지우지하는 모순적인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정책과 감독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무너지고 금융시장이 관료들의 손에 좌우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소원 신설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현재의 금감원이 개편돼 금감원, 금소원으로 분리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금융소비자"라며 "기관이 분리되면 민원접수부터 처리지연이 불가피하고 업무중복, 업무공백 등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도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운영 중이다. 금소처의 인사권, 평가권, 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금감원 내에서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바꾸는 등 겉으로는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실상은 신설될 재경부가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하고 금감원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모든 금융공기관을 산하에 두는 방식으로, 오히려 재경부의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