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석민] 혼용무도(昏庸無道)

입력 2025-09-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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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혼군(昏君)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를, 용군(庸君)은 어리석고 변변치 못한 임금을 가리킨다. 따라서 혼용(昏庸)은 어리석고 변변치 못해 사리에 어두운 임금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게 만든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말이 생겨났다.

혼용이 만든 세상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아마도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혼돈(混沌)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나랏일 하는 나리들의 말씀이니 일단 곧이곧대로 믿어 보지만 얼핏 생각이라는 것을 한 번 해 보면 도통 앞뒤가 맞지 않고 말이 안 된다. 어지럽고 무도한 세상이 초래할 파국(破局)의 피해는 결국 힘없는 백성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 주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이재명 정부는 대대적으로 자화자찬(自畫自讚)했고, 이어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공언(公言)한 것이 대통령실 대변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제 와서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금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교착(膠着) 상태라고 했다. "이대로는 절대로 사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이 어떻게 협상 타결이고 정상회담 성공이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한 해 조달 가능한 외환(外換)은 200억~300억달러 수준이라는 설명은 더 기가 막힌다. 3천500억달러 투자는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정상회담 때 우리 기업들의 1천500억달러 추가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킬 수 없는 제안과 약속을 쏟아 냈다. 그래서 '비정상(非正常) 회담'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한국 노동자 대규모 체포·구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추방(追放)이냐 석방(釋放)이냐를 두고 논란이다. 정부는 석방돼서 자진 출국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만약 석방이라면 미국 현지에서 그대로 일을 계속하든지 자진 출국하든지 선택하면 그만이다. 굳이 자진 출국이라는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왠지 여기서도 혼용무도의 분위기가 풍긴다.

sukm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