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영점(任意零點)에서 '0'은 하나의 값이다. '없음'이 아니다. 0℃는 온도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영상과 영하를 나누는 하나의 온도 값이다. IQ나 시험 점수도 마찬가지다. 0점을 맞았다고 지능이 없거나 아는 게 없는 것이 아니다. 반면 절대영점(絶對零點)에서의 '0'은 부재, 진짜 없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0이면 아무것도 아니다. TV 시청률이 0이면 아무도 안 본 것이고 선거 투표율이 0이면 아무도 투표를 안 한 것이다.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정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여파를 영점에 비유한다면 임의영점일까, 절대영점일까. 국민의힘 입장에선 계엄 사태로 너무 많은 걸 잃었다. 중도 지지층이 떠났고 보수도 궤멸(潰滅)될 처지에 놓였다. 심각한 내부 갈등과 분열로 당은 쪼개질 위기에 처했고 책임의 멍에와 굴레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털터리' 절대영점이 될 판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절대영점이라 할 수도 없다. 그 '0' 안엔 혼란·혼돈·내분·퇴보 등도 포함돼 있어서다. '한겨울 밤의 꿈'과 같은 아무것도 아닌 절대영점이면 좋으련만 당은 물론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 측근, 군경, 보수까지 잃은 것이 너무 많아 마이너스 개념까지 포함된 임의영점이라야 설명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최근 내란 특검은 6개월간의 수사 끝에 '대법원·사법부는 계엄과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계엄 동조·관여에 대해 '혐의 없음',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 공모 고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2차 추가 특검, 내란전담재판부 등을 강행하려 한다. 자신들이 임명한 내란 특검조차 '관련 없다'며 절대영점이라 하는데 임의적인 연루 의혹 값을 계속 부여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 무리수(無理手)를 두다간 한순간 국민의 외면을 받아 절대영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춥다. 연일 최저기온이 0℃를 오르내린다. 임의영점이든 절대영점이든, 가뜩이나 경제 한파(寒波)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모두 얼어붙은 국민들을 '0점 정치'로 더 춥고 서글프게 하지 않았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