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아주에서 이민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의 석방이 예정됐던 일정에서 돌연 연기됐다. 기대에 부풀어 있던 구금자들과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석방 지연에 대해 정부는 "미국 측 사정"이라고만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미국에 구금된 한국인들을 데려오려던 전세기 출발이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된 것과 관련해 "미국 측의 사정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최단 시간 내 구금된 국민을 구해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방미 중인 조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다. 그는 "(미국 측 사정에 대해)면담이 끝나고 다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석방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 소속 버스가 구금 시설에 진입했고, 한국에서는 300여 명의 구금자들을 데려올 전세기가 오전 10시 20분 인천공항에서 출발, 미국 애틀랜타로 향했다.
당초 조지아주 한국 공장에서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이 구금 엿새 만에 석방돼,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후 2시 30분(한국 시간 11일 오전 3시 30분) 전후 자진 출국 형식으로 애틀랜타 공항에서 전세기에 오를 예정이었다.
현지에서는 석방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외교부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돌연 "오늘(10일) 예정됐던 구금시설 출발이 어렵게 됐다"고 공지했다. 외교부는 석방 연기 이유에 대해 "미국 측 사정"이라며 "가급적 조속한 출발을 위해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만 밝혔다.
현재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미국 측의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오후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도중, 의전비서관을 통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 출국 의사를 밝힌 한국인들은 오전부터 수용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퇴소 절차까지 밟던 중이었기에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던 분위기로 전해졌다. 석방이 연기된 직후엔 지역 경찰이 취재를 위해 현장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 접근해 '구금 시설 쪽으로 건너오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금자들의 석방 형식과 관련된 절차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미국의 법 집행기관이 손에 뭘 구금하는, 고집하는 방식이 있다"라며 "우린 절대 그런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하나까지 마지막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외교당국이 미국 측에 "수갑이나 포승줄을 채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상황이 꼬였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만약 단순한 이송 형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라면 조율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미 당국의 기조 자체가 변경된 것이라면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