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00일] 노동계는 가까이…기업은 멀어져 "균형이 필요할 때"

입력 2025-09-10 17:44:33 수정 2025-09-10 19: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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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 센' 상법 개정안 추진에 산재와의 전쟁 선포 기업 질타
노동계 숙원 '노란봉투법' 우려 속 통과…산업현장 파열음

이재명(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왼쪽)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왼쪽)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및 경제8단체 부회장들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상법개정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및 경제8단체 부회장들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상법개정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친노동 정책에 힘을 실으며 노동계와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재계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경영권을 약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산업재해 발생 기업을 강하게 질타하며 제재 방안을 직접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통과시킨 데 이어 주 4.5일제, 정년연장 등 노동계의 핵심 요구를 국정 과제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멀어지는 재계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더불어민주당은 재계의 반대에도 기업을 압박하는 입법 활동에 속도를 높였다.

상법 개정안은 취임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했고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 하는 2차 개정안도 통과됐다. 여당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경영권이 흔들리고 외부 투기 자본에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주 권익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경영·투자 활동을 위축시켜 중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주장이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9일 열린 경제 8단체 간담회에서 "과거에 상법이 개정될 때는 전문가 특위 등을 통해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법안이 마련되고 국회에서 논의됐는데 최근 두 차례 상법 개정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1차 개정 후 주주 등에 대한 해석이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2차 개정까지 이뤄지면서 기업들의 불안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산업 재해 근절을 목표로 기업 제재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 등 포스코그룹에서 발생한 5차례의 사망사고와 관련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살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이다. 정말 참담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회의 석상에서 발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제빵공장을 직접 찾아 SPC 경영진을 상대로 장시간 근로 등 취약한 현장 안전 문제를 따져 묻기도 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맞춰 관련 부처들은 안전 관련 경영공시 제도 강화, 금융제재 확대 등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각종 제재안을 앞다퉈 내놨다. 기업들의 의견, 입장보다 제재만 우선적으로 쏟아진 셈이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밀착하는 노동계

노동계의 숙원 과제였던 노란봉투법은 재계의 강력한 저항에도 밀어붙혔다. 법안의 실행까지 유예기간이 있음에도 산업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3사 노동조합은 공동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근로 조건은 물론 직무 전환 배치 문제, 싱가포르 법인 설립 이후 예상되는 이익 배분 문제 등 경영상 결정에 대한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이는 경영상 결정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정의한 노란봉투법에 근거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면서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서 한국 산업계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 해외 투자기업의 투자 활동 위축과 철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원청 사용자 정의를 명확히 하는 등 경영 위축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법이 개정되다 보니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노동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4일 대통령실을 찾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양대 노총 위원장은 주 4.5일제 도입, 정년 연장,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본법 적용 등 노동계의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경제계에서는 노동계와 재계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래사장이 없으면 해수욕장이 없는 것처럼 기업이 없으면 고용도 없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한 번 되돌아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