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성장 고착화를 탈피하기 위해 기업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장억제형 규제로 인해 기업의 혁신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재계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급진적인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의 '기업 성장단계별 규제현황 및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 대기업의 10년간 연평균 매출액증가율은 10%를 상회했던 반면 최근 10년간은 평균 2.6%로 4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중소기업 역시 8~9%대에서 5.4%로 매출액증가율이 급락했다.
또 최근 4년간(2020~2023년)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1만개 가운데 4곳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중견기업 100개 중 1~2개만이 대기업에 오른 셈이다.
'바늘구멍 성장' 배경에는 성장할수록 혜택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차별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해 발표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만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 노동시장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했다. 지난달 국회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내년 3월 시행을 확정한 가운데, 주 4.5일제 도입과 정년연장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 청년 고용 위축 우려 등을 이유로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정부가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 국정 과제를 추진하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최근 정년 임금인상은 물론 정년연장과 주 4.5일제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생태계가 굳건해야 성장도 가능하다. 노동과 자본이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여기에 혁신이 더해져야 하는데, 어느 한쪽에 치우친 방향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