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늪에서 허덕이면서 소득 하위계층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데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먹거리 지출마저 졸라매고 있다. 반면 소득 상위계층은 부동산·금융 자산 증식으로 갈수록 재산이 늘어난다. 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5배로, 지난해 2분기(5.36배)보다 확대됐다. 가족 1명당 쓸 수 있는 돈에서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5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자산 양극화는 더 심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0세에게 이뤄진 증여(贈與)는 734건(671억원)에 달했다. 태어나자마자 1억원가량 재산을 물려받았다. 지난해 미성년자(0~18세) 전체 증여는 1만4천여 건(1조2천억여원)으로, 한 사람당 평균 8천709만원이다.
자본 유동성이 커질수록 양극화 심화는 당연하지만 이를 견제(牽制)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 역동성이 떨어져서다. 모든 것이 결정돼 버린 사회에서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 이동성, 즉 소득계층 변화 비율은 35%도 안 됐다. 2024년 기준 상위 10% 가구가 순자산의 45%가량을 차지했는데 하위 10%는 -0.1%, 즉 빚만 진 상태로 조사됐다. 순자산 3억원 미만 가구가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일용직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지는 동안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적(國籍)만 같을 뿐 남의 나라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며 인공지능과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늘렸다. 혁신이 거듭될수록 격차는 커지고, 기술 발전은 소득 자산 불평등과 양극화를 가속화한다. 접근성 차이가 뚜렷하고, 단순노동 위주의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가전제품 구매 비용 환급, 취약차주(借主) 채무조정, 청년층 구직촉진수당 확대 등은 일회성 조치에 불과하다. 부동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고,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기업 환경을 지원하겠다면서 입법은 거꾸로 간다. 계층 이동 사다리와 건강한 중산층을 복원해야 잠재성장률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