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절반이 본사로…프랜차이즈 점주 쥐어짜는 '수수료 폭탄'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 칼부림 사건이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 아닌, 본사의 구조적 '비용 갑질'에 따른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외식업계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와 피해자 간 과거 거래 내역과 금전관계, 본사-가맹점 간 갈등 여부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사건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고율 수수료,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 강요, 재료비 유통 마진 등으로 가맹점주가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 간 분쟁을 넘어 업계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계 전문가와 학계에선 이번 사건이 본사의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점주들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전가해온 전형적인 폐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지역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창업비용은 1억1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인테리어 비용은 전체 창업비용의 약 45.6%에 해당하며, 대부분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시공하도록 되어 있다.
점포는 4~5년 주기로 리뉴얼이 의무화돼 점주에게 반복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문제가 된 관악구 피자 가맹점 역시 약 5700만원의 창업비용을 인테리어와 주방집기 구입 명목으로 본사를 통해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본사에서 소개해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누수와 타일 깨짐 등 하자 문제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본사 측은 해당 인테리어 공사를 수차례 점주 측 요청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본사 요구에 따른 리뉴얼이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부분 본사 지정 업체를 통해 인테리어 및 주방설비를 구입하게끔 되어 있으며, 그 비용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예컨대 한 대형 피자 브랜드는 인테리어, 간판, 주방용품 설치 등에만 5300만~5800만원가량을 요구한다. 여기에 영업 중에도 간판 교체(최대 300만원), 인테리어 보완(최대 2000만원) 등 추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부과된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B사는 창업 시 인테리어, 주방설비, 부자재 명목으로 6000만원 이상을 본사 지정 업체에 납부해야 하며, 최초 가맹금은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인 초기 투자금 대부분이 본사 또는 본사와 연계된 업체에 들어간다.
영업을 개시한 이후에도 점주의 부담은 줄지 않는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유통 마진, 로열티, 광고 분담금 등 각종 명목으로 수십 가지에 달하는 비용을 점주에게 청구한다.
한 프랜차이즈의 경우, ▲로열티(월매출의 6%) ▲광고분담금(5%) ▲포스 사용료(79만원) ▲장비 수수료(월 4만1800원) ▲전자 쿠폰 수수료(5~7%) ▲영업운영비(회당 25만원) ▲인테리어 비용(최대 전액 부담) 등을 정기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비용을 제때 납부하지 못할 경우, 연 18~20%에 달하는 법정 최고 수준의 지연이자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연간 400만원에 달하는 이자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일부 가맹점은 로열티나 광고비를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해 본사와 갈등을 겪거나 계약 해지 위기를 맞기도 한다.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곳의 영업비용 구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가맹점의 영업비용 중 본사 공급 재료비가 전체의 49.5%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이어 배달 플랫폼 수수료(10.8%), 인건비, 임대료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본사 공급 재료에는 유통 마진이 포함돼 있어, 실제 재료 원가에 비해 과도한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상위 6개 본사의 최근 3년간 평균 유통 마진은 점포당 6529만원(12.9%)에 달했다.
한 업체는 최대 17%의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서 10만원에 구입 가능한 식자재를, 가맹점주는 본사로부터 11만7000원에 구매해야 하는 구조다.
치킨, 커피, 피자 등 주요 업종의 가맹점이 본사에 납부하는 평균 차액가맹금(유통 마진)은 2021년 1600만원에서 2023년 2460만원으로 54% 증가했다. 인테리어와 재료비 외에도 교육비, 홍보비, 본사 지정의 소모품 구매 등으로 가맹점주가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점주의 실질 수익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매출의 40~45%를 본사에 지급해야 하는 재료비와 로열티 외에도, 정기적인 리뉴얼, 포스 시스템 유지비용, 교육비, 광고비 등이 더해지면 점주의 실질 마진은 30% 미만에 그친다.
한 피자 가맹점주는 "본사에서 공급하는 식재료만 해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며 "여기에 포스 비용, 광고비, 로열티까지 빠져나가면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가맹점주는 창업 초기부터 수천만원의 인테리어 비용과 본사 공급 원가 이상의 식재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이 같은 비용 전가는 본사의 수익을 위해 점주의 생존을 담보로 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사와 가맹점 간 비용 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bhc치킨, 배스킨라빈스, 굽네치킨, 투썸플레이스 등 17개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전국 가맹점주 2491명이 공동 소송에 나선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1만2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본사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점주가 54.9%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16.1%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