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 천명, 美 일방외교에 경보음
日 언론, "북중 관계 개선될 것"
3일 오전 9시(현지시간)부터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70분 동안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본 주요 외신들은 중국이 '반(反)서방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풀이했다. 아울러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 온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선 '역사적인 장면'에도 주목했다.
◆'반(反)서방 도전장' 내민 중국
북한, 중국, 러시아 3개 국 정상은 톈안먼 망루로 오르며 함께 등장했다. 북중러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 한꺼번에 모인 건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장면을 '역사적'이라며 의미 있게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옆에 세우고 '서방에 도전하는' 열병식을 열었다고 소개하며 "시 주석이 중국을 미국 이후의 국제 질서의 관리자로 만들려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하는 무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들의 등장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며 "중국이 서방에 저항해 온 국가의 정상들 앞에서 첨단 무기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CNN은 "세 지도자 모두 새로운 여정을 함께 걷고 있으며,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함께 섰다"며 "당분간 서로의 외교적, 군사적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시진핑의 퍼레이드는 중국이 다시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푸틴이 참석하는 베이징에서의 무력시위는 중국이 외세의 압력에 저항할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NYT는 그러면서 "중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며 "대만과 대만의 국제적 지지자들에게 대만의 공식적인 독립을 향한 어떠한 움직임도 위험하다는 암묵적 경고"라고 평가했다.

◆'북중 관계 개선 신호'로 읽은 日 언론
70년 전 패전의 기억을 갖고 있는 일본 언론은 향후 정상화될 북중 관계를 짚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자외교 무대 참석을 꺼리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경색됐던 중국과 관계를 양호한 상태로 되돌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 설명하면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는 10월 10일을 앞둔 북한이 악화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 시선의 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욕을 보이는 북미 대화도 있다"며 "미국과 대등하게 논쟁하려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의 후원도 있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고 관측했다. 다만 "중국이 북한에 너무 접근하면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묵인한다고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불안정화를 조장한다고 인식되면 오히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가속해 중국 포위망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열병식을 비교적 차분하게 보도했다. NHK는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았고,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열병식 시작 이후에도 한동안 관련 소식을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배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