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자주파 굴기' 베네수엘라처럼 찍힐라

입력 2025-12-18 15:39:43 수정 2025-12-18 18: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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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 도외시한 좌파정권 20년의 결과
볼리바르 혁명, 미국 '악의 축'으로 규정
굳건한 한미동맹 차원 대북 공조에 파열음
남북 교류, 유엔 대북 제재도 고려해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한 것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은 냉정하다. 약육강식의 국제관계를 도외시한 좌파정권의 20년 장기 집권으로 책임을 돌린다. 차베스와 마두로로 이어진 무능한 포퓰리즘 독재자가 빚어낸 참극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남북 교류에서 미국과 논의를 마땅찮게 보는 통칭 '자주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년 넘은 베네수엘라의 '반미'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베네수엘라는 남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함대에 완전히 포위돼 있다.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그들이 받게 될 충격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본토 상륙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선전포고에 가깝다. 일찌감치 해군력을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로 투입했다. 마약 운반 의심 보트 등을 폭파하는 한편 대형 유조선을 나포했다. 지난달 29일 "상공과 주변의 영공 전체를 폐쇄된 것으로 간주하라"며 압박의 강도를 점차 높인 바 있다.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해안 앞바다에서 미군이 유조선 한 대를 나포고 있는 모습.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의 X 계정에 게시된 영상 캡처. A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해안 앞바다에서 미군이 유조선 한 대를 나포고 있는 모습.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의 X 계정에 게시된 영상 캡처.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의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의 미국 석유 약탈'을 든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볼리바르 혁명 이후 외국계 석유회사의 자산을 강제 수용, 국유화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치는 베네수엘라가 훔쳐 간 모든 석유, 토지, 자산을 반환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반미의 기치를 높이 올리고 국민들의 복지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등 좌파 포퓰리즘 정치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차베스 사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인물이 현직 마두로 대통령이다. 베네수엘라가 20년 넘게 반미국가로 낙인찍힌 이유다.

좌파정권이라고 죄다 반미를 외치는 건 아니다.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말의 힘은 총의 힘을 능가할 수 있다"며 정상 간 대화를 촉구했다. 역시나 좌파정권으로 분류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베네수엘라에서의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유엔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화와 중재의 필요성을 이들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 미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최고조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이 16일(현지시간) 세계 최강 항공모함(항모)을 카리브해에 배치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 해군은 포드 항모전단이 남부사령부 작전과 전쟁부 지시 작전, 불법 마약 밀매 차단 및 국토 방어라는 대통령의 우선 과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미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최고조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이 16일(현지시간) 세계 최강 항공모함(항모)을 카리브해에 배치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 해군은 포드 항모전단이 남부사령부 작전과 전쟁부 지시 작전, 불법 마약 밀매 차단 및 국토 방어라는 대통령의 우선 과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美 대북정책 궤도 이탈 '자주파'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제 관계의 틀을 뒤로하고 우리 식대로 하면 된다는 자주적 외교론이 득세하는 것을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굳건한 한미동맹 차원에서 다뤄지던 대북 공조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남북 교류 협력에 별도 채널로 미국과 협의한다는 '자주파'의 기세는 커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핵심에서는 자주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대표는 "사사건건 미국 결재받고 실행에 옮기면 남북관계를 꽁꽁 묶는 악조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매개 역할"이라며 "미국의 의도와 조금 벗어나는 주장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는 여당 내부에서 주류로 감지된다. 여당은 공개적으로 자주파를 지원하는 한편 당내에 '한반도평화전략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관계의 자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에 조언할 것이라고 했다. 일사불란한 여당 내 목소리는 남북 대화 재개 등을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류가 한미 공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비등하다. 대북 관계에 미국과 공조하던 것과 달리 자체적으로 남북 교류에 나서는 건 자칫 미국과 신뢰 관계에 흠집을 낼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