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지음/ 빨강머리앤 펴냄
나리꽃이 여름 햇살을 가득 머금고 피어날 때, 우리는 자연의 생명력과 마주한다. 시조시인 김병찬의 신작 '나리꽃 예찬'은 삶의 고난을 뚫고 세상에 다시금 나서는 용기, 자연 속에서 길어 올린 경이로움을 노래하며 시조 특유의 정갈한 운율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나리꽃 예찬'은 저자의 첫 시조집 '나정의 후일' 이후 두 번째 작품으로 고향 청도의 풍경을 담아낸 기행 시조집이다. 청도의 산천과 골목길, 오래된 사찰과 숲 속의 숨결이 시인의 언어로 빚어져 독자는 마치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가듯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저자의 시조는 독자를 자연으로 이끌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지 보여준다. 정제된 언어와 전통의 형식을 바탕으로 그는 우리 일상의 무심한 풍경들을 다시금 빛나는 의미로 되살린다.
시인의 고향과 생애, 그리고 그가 겪어온 침묵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든 기록이다. 시조가 여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제목처럼 '나리꽃'은 시인의 상징이자 희망의 기호로 등장한다. 꽃의 계절이 지나도 책 속 나리꽃은 지지 않는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시인이 건네는 자연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76쪽, 1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