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장 연상케 한 與 '한복행렬'…'상복'으로 맞선 野

입력 2025-09-01 17:36:22 수정 2025-09-01 17:47:48

與 한복 입고 본회의장 개회식 참석해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도 동참
野, 검은 넥타이에 근조리본으로 맞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과 상복을 입은 여야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과 상복을 입은 여야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1일 막을 올렸으나 여야는 상반된 의상을 입고 개원식에 참석해 여야의 대립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한복차림으로 개회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당의 입법폭주에 맞서겠다'는 의미로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 '근조 리본'을 달고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여야는 개원식에 앞서 본회의장 앞에서부터 기싸움을 펼쳤다. 한복을 차려입은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서로의 의상에 한 마디씩 건네며 마치 무도회장을 연상케 했다. 전용기·모경종 의원은 한복차림에 검은색 갓과 부채를 들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를 흉내내기도 했다. 강선우 의원은 푸른빛의 한복을 입고 있어 한눈에 눈에 띄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의원들은 삼삼오오 사진촬영을 했고 국회 APEC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APEC 성공"을 외치며 포즈를 잡기도 했다. 정청래 당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은 한복 대신 정장을 입었다.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복을 입은 국회 APEC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연신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복을 입은 국회 APEC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연신 "APEC 성공!"을 외치며 기념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임미애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 정기회 개회식에 검은 상복을 입고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 정기회 개회식에 검은 상복을 입고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복 개회식'은 우 의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앞서 그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기국회 개원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줄 것을 여야 의원들에게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화답해 여당 의원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 의원들은 각자 개성있는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복장은 상반됐다. 이들은 검은색 양복, 검은 넥타이 차림에, 또 왼쪽 가슴에는 '근조(謹弔) 의회 민주주의'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이런 복장은 거대 여당의 입법폭주와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우 의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 일종의 항의 퍼포먼스. '드레스 코드' 아이디어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직접 낸 것으로 전해졌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검은 넥타이와 근조 리본을 매고 개원식에 들어가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한 손에는 다수당의 권력, 한 손에는 특검의 칼을 쥔 이재명 정권에 있어서 독재라는 말은 더 이상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정권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개회식에 드레스 코드가 정해진 게 사실상 이번이 처음. 정가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일부 의원들이 검은 넥타이를 맨 것이 전부였다. 정당별로 복장을 정해 국회 개원식을 한 역사는 없다"며 "상반된 복장만큼이나 여야 간 갈등이 극심하다.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협상을 국회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상반된 복장만큼이나 이번 정기국회가 극렬한 대치국면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특검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인 반면 국민의힘은 장외투쟁 등을 통해 여론전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이밖에 여야는 인사청문회·대정부질문·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을 두고도 거세게 충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