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자체 칩 개발 소식에 흔들리는 반도체 주가

입력 2025-09-01 16:06:12

트럼프 정부 수출 통제 중국 자립도 향상 '역효과' 우려
엔비디아 중심 AI 공급망 체제 견고…추후 대응이 중요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China International Supply Chain Expo 내 알리바바 부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China International Supply Chain Expo 내 알리바바 부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알리바바의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 소식에 반도체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 알리바바의 새 AI 칩은 기존 칩보다 더 범용성이 높고 더 다양한 AI 추론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간 알리바바는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으나,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칩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주요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08포인트(1.35%) 내린 3142.93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01%와 4.83% 하락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진영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고 국내의 메모리칩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새 칩은 생산을 대만 TSMC가 아닌 중국 현지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관련 제재를 확대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자체 최신 반도체를 만들어 자국 AI 모델을 구동하려고 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동기가 부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단기간 내 빨리 하락할 위험성은 낮지만,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ASIC(주문형 반도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국내 메모리칩 업체들은 엔비디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이런 상황은 단기 투자 심리에 부정적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반면, 엔비디아 독점 구도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바바의 자체 칩 개발에도 엔비디아의 입지는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이 모두 자체 AI 칩을 개발했거나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그 이후에도 TSMC의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할당 중 엔비디아의 비중은 2025년 40%에서 2026년 60%로 오히려 확대됐으며,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역시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알리바바의 자체 칩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TSMC 파운드리 이용이 불가능해 중국 내 생태계를 활용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AI 칩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불가능하다"면서 "이 같은 요소들을 고려할 때 알리바바의 자체 칩은 일부 저사양 추론 영역에 국한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AI 칩 개발과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단기간 내 이를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