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사망보험금, 55세부터 '연금'처럼 쓴다

입력 2025-08-31 14:48:23 수정 2025-08-31 18:41:00

1억원 중 7천만원 유동화하면 20년간 월 14만원

오는 10월부터 사망보험금이 단순히 유족 보장 자금이 아니라, 은퇴 이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산'으로 바뀐다. 정부가 추진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55세 이상 보험계약자는 본인이 가입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나누어 받거나 서비스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죽음 이후'에만 의미가 있었던 자산이 '생전 노후 보완책'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55세부터 연금처럼…'생전 사망보험금' 제도 도입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사망보험금 유동화 점검회의'를 열고 사망보험금 유동화 준비 상황과 소비자 보호 방안을 점검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활용할 수 있는 연금 자산으로 전환해 노후 소득공백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금전환 특약이 없는 과거에 가입한 종신보험 계약에 제도성 특약을 일괄 부가해 유동화를 가능하게 한다"며 "유동화 특약이 부가된 상품에 신규 가입하는 경우 보험료 납입을 완료하고 가능 연령에 도달하는 등 신청요건을 만족하면 유동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그리고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는 지난 3월 TF를 꾸려 제도 설계를 마쳤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개별 가입자 통지 의무까지 반영하며, 오는 10월부터 연지급형 상품을 출시한다.

당초 유동화 적용 연령은 65세로 논의됐지만, 은퇴 시점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65세)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55세로 낮췄다. 이에 따라 유동화 대상은 75만9천 건, 가입금액은 35조4천억 원으로 기존 기준 대비 각각 2.2배, 3배 확대됐다.

실제 시뮬레이션을 보면 효과가 뚜렷하다. 30세에 종신보험에 가입해 매달 8만7천 원씩 20년간 총 2천88만 원을 납입한 A씨의 경우 사망보험금 1억 원 중 70%를 유동화해 20년 동안 연금으로 받으면 55세부터는 월평균 14만 원, 총 3천274만 원을 수령한다. 70세에 시작하면 월 20만 원, 총 4천887만 원까지 늘어난다. 늦게 시작할수록 금액은 커지지만, 노후 공백기에 쓸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진다.

◆어떻게 신청하고, 무엇을 받을 수 있나

유동화 신청은 아무 계약이나 가능한 게 아니다.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9억 원 이하 ▷보험료 납입 완료(계약·납입기간 각각 10년 이상) ▷계약자와 피보험자 동일 ▷보험계약대출 잔액 없음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청자는 만 55세 이상이면 소득·재산 요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가능하다.

유동화 비율은 최대 90%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최소 2년 이상 연 단위로 기간을 정해야 한다. 총 지급액은 반드시 기납입 보험료보다 많도록 설계돼 있어 원금 손실 우려를 줄였다. 신청 과정에서 추가 수수료도 없다.

오는 10월에는 12개월치 연금을 일시 지급하는 '연지급형'이 먼저 출시되고, 내년 초에는 매달 나눠 받는 '월지급형'도 가능해진다. 연지급형으로 시작한 계약자도 이후 월지급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소비자가 유동화 신청 시 용이한 선택을 위해 보험사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동화 비율 및 기간에 따른 지급금액 비교결과표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비스형 상품과 소비자 보호 장치

이번 제도의 진화형은 '서비스형 상품'이다. 보험사가 제휴한 요양시설 비용으로 유동화 금액을 직접 지급하거나, 암·뇌출혈 등 질환 관리 서비스와 간호사 상담·병원 수속 대행 등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제휴 서비스 가운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형'도 검토 중이다.

소비자 보호 장치도 강화됐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대면 영업점에서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철회·취소권도 보장된다. 유동화금액 수령일로부터 15일, 신청일로부터 30일 중 빠른 기간까지는 철회할 수 있고, 보험사가 중요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3개월 이내 취소가 가능하다. 또 보험사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개별 계약자에게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유동화 대상임을 통보한다.

세제 혜택도 있다. 유동화 대상 상품의 월평균 납입보험료와 기존 저축성 보험 납입액 합계가 150만 원 이하라면, 유동화로 받는 금액은 비과세다. 은퇴 가계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다.

정부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단순한 금융상품 차원을 넘어, 노후 소득 보완 장치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5세부터 사망보험금을 연금이나 서비스로 활용하면 은퇴와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소득 공백을 줄일 수 있다"며 "서비스형 상품으로 발전하면 요양·헬스케어 등 종합 노후 안전망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