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인동 출생…2018년 《시문학》등단
시집 '동인동 분꽃 골목'…대구시인협회 회원
〈서녘하늘〉
혼자 놀 때가 많습니다
꽃도 혼자 잘 놉니다
작약계단에서,
접힌 꽃잎을 폅니다
다른 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다른 이
접힌 작약은, 날아간 호랑나비 날개였을까요
붉은 꽃잎은 긴점무당벌레의 얼룩이었을까요
표범의 얼룩처럼 달리던 어느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합니다
꽃은 그냥 지는 게 아닙니다 온몸으로 부서집니다
청잣빛 하늘에 어둠이 그어질 때 그 청자색 닮은
한 사람이 생각나
손가락은 서쪽으로 간 번호를 누릅니다
어둠은 화들짝 서쪽을 일으키고
닫힌 그 밤 열자
몽환적인 당신,

<시작 노트>
과수원 길 하늘은 청잣빛 어둠이 오고 앞서가던 사람이 어둔 하늘 속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어느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그립지도 그러나 잊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붉은 작약 핀 돌계단에 앉습니다. 접힌 꽃잎을 펴 보지만, 푸른 밤은 꽃도 혼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