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의 페리스코프] 한미 정상회담 성과: 아첨과 칭송전략, 그리고 캠프 험프리 할애 요구

입력 2025-08-27 14:38:12 수정 2025-08-27 18:32:38

화기애애한 분위기 뒤엔 한미동맹 뒤흔들 변수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빈방문이 아니고 실무방문으로 한미동맹에 큰 금이 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달인 트럼프도 결국 상찬에 손들어 버렸다. 북한에 "트럼프호텔을 지어 골프를 같이 치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트럼프의 마음을 꿰뚫어 본 한수였다. 정치를 정치로 접근하기보다 사업가로 접근하는 트럼프의 약점을 정곡으로 파고 들었다.

◆트럼프의 협상술과 '아첨의 힘'

트럼프 대통령은 1987년 자신이 저술한 『협상의 기술』을 통해 자신을 강한 협상가로 포장했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예상 밖의 취약점을 노출하곤 했다. 그것은 바로 상대의 아부발언에 무장해제된다는 점이다. 항간에는 아첨을 '짜웅'이라고도 말하는데, 트럼프는 칭송과 추켜세움 앞에서 태도가 급격히 누그러졌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회담 불과 세 시간 전, 트럼프는 SNS에 한국 내 상황을 두고 "숙청(Purge)과 혁명(Revolution)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 우리는 이런 나라에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비외교적 수사의 글을 올리며, 이재명 대통령의 기를 꺾으려 했다. 이는 협상 전 심리전을 통한 압박이었다.

그러나 정작 회담장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치밀한 칭송 아첨전략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트럼프가 평화 중재자로 역사에 남고 싶어하는 심리를 간파하고, 자신은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며 몸을 낮추고 트럼프를 "피스메이커"로 치켜 세웠다. 여기에 백악관 집무실의 인테리어를 극찬하고, 트럼프의 대북 평화 비전을 높이 평가하는 등 다각적 칭찬이 더해졌다.

그 결과, 트럼프는 회담 내내 농담을 건네며 웃음을 보였고, 외신들조차 "이재명이 젤렌스키의 굴욕을 피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아첨과 아부는 국제외교의 '천박한 무기'로 치부되기 쉽지만, 트럼프 앞에서는 의외로 효과적인 협상 레버리지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미 육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미 육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연합뉴스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발언의 파장

트럼프가 가장 의미심장하게 꺼낸 카드는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요구였다. 그는 한국이 "우리에겐 땅을 줬다"고 주장하는 것을 부정하며, "그것은 임대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나아가 "캠프 험프리스 같은 큰 요새를 우리가 쓰는 동안은 소유권을 달라"고 했다. 이는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 전환시 우리 측에서 제안할 토지이용 비용요구에 대한 방패막이 발언으로 보인다.

캠프 험프리스는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주한미군의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로, 건설비용 100억 달러 중 90% 이상을 한국이 부담한 곳이다. 트럼프는 과거 1차 집권기에도 이 기지를 시찰하며 한국의 '퍼주는 동맹'을 비판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소유권 요구는 방위비 분담 협상을 근본적으로 미국에게 유리한 틀로 바꾸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기존에는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놓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소유권을 요구하게 되면, 방위비 협상은 단순한 비용 협의가 아니라 부지와 자산의 영구 이전 문제로 비화된다. 영토할양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줄 수 없고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맞서 "체류비용이나 주둔비용을 상계한다"는 논리를 한국이 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트럼프는 사실상 협상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우위를 점하려 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최고의 아첨'과 '최악의 선물' 사이의 균형

이번 회담은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 아첨의 힘은 트럼프 외교에서 실제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회담 전의 위협적 발언은 사라지고, 트럼프는 오히려 따뜻한 태도로 전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명용 만년필을 선물하며 트럼프의 마음을 자극한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이는 외신들이 "냉랭할 수 있던 오벌 오피스가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고 보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그러나 칭송의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발언은 미국 내 정치적 메시지일 수 있지만, 향후 협상에서는 실질적 요구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히 방위비 분담 문제를 넘어,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사안이다. 주둔군의 존재가 '공동방위'에서 '미국 자산의 한국 내 주둔'으로 전환될 경우, 한국은 안보적 종속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말로 위기를 넘겼지만, '최고의 아첨'이 '최악의 선물'을 불러올 위험성을 내포한다. 여당과 정부는 단기적으로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역할과 방위비 협상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표면적으로는 위기관리와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면적으로는 새로운 협상과제를 남겼다. 트럼프의 블러핑을 자극한 칭송발언은 당장의 외교적 모욕을 피하게 했으나,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발언은 앞으로 한미동맹의 지속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변수로 남을 것이다.

트럼프도 한국이 일본과 달리 토지사용료없이 무상 제공하고 있음을 정확히 알고 있다. 또 하나 미국이 무리한 요구 계속 주장시 카투사 제도의 폐지도 인력부족을 핑계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으므로 방위비 분담금에서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카투사제도를 카드화하여 전략적 유연성을 반대하면 성격과 역할이 바뀌기 때문에 우리가 비용 청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무리하게 미국이 요구한다면 핵폐기장 증설비용을 고려시 핵폐기물 재처리 허용정도는 선물로 가져와야 대차대조표가 비슷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것을 관철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말로 회담성과를 포장해도 균형이 맞지않게 협상하고 귀국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다. 관심이 집중되었던 관세율, 투자금 운용방법과 수익배분, 쌀과 쇠고기시장 개방, 주한미군의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국방비와 분담금 인상과 같은 것은 실장과 외무장관이 어떻게 양보했는지 소상하게 국민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트럼프가 시비를 안 걸었다는 말은 미국 요구를 다 수용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