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들인 아양폭포 미디어파사드, 송출 중단돼도 몰랐던 동구청

입력 2025-08-25 16:44:34 수정 2025-08-25 20:53:46

화면 변화 없이 보랏빛 조명만…區, 고장 시점 모른 채 뒷북 복구
당초 '낭비' 논란, 관리 부실까지…"업뎃하며 중단, 상태 살피겠다"

지난 18일 저녁 방문한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인근 아양폭포. 오후 7시 반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동구의 자연 및 도시 경관을 바탕으로 조성한 동영상이 폭포에 투사돼야 했지만, 움직임 없는 보라빛 조명만이 덩그러니 폭포를 비추고 있었다. 김지효 기자
지난 18일 저녁 방문한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인근 아양폭포. 오후 7시 반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동구의 자연 및 도시 경관을 바탕으로 조성한 동영상이 폭포에 투사돼야 했지만, 움직임 없는 보라빛 조명만이 덩그러니 폭포를 비추고 있었다. 김지효 기자

사업 초기 단계부터 예산 낭비논란이 일었던 대구 동구 아양폭포 미디어파사드가 최근 며칠간 작동을 멈춘 채 방치되는 등 관리 부실 정황이 확인됐다.

동구청은 2022년 민선 8기 구청장 공약사업으로 특별교부금 약 10억원을 투입해 이곳에 미디어파사드를 조성, 지난 5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디어파사드는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동구의 자연 및 도시 경관을 바탕으로 조성한 동영상을 폭포에 투사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 미디어파사드는 이달 중순 한동안 움직임 없는 보랏빛 조명만 비춘 채 작동을 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민원을 접수한 동구청은 지난 20일에야 복구에 나섰지만 정확한 고장 시작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해당 사업은 진행 초기부터 예산 낭비 논란을 겪었다. 충남 홍성군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미디어파사드를 조성한 이후 1년 반 만에 고장으로 가동이 멈추는 등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른 만큼,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주민들은 미디어파사드가 시범 운영하던 지난 4월에도 고장이 발생한 적이 있다며 관리 부실 문제가 심각한 데다 경관 개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동촌유원지 인근 주민 권 모(71) 씨는 "평소 이곳에 산책을 자주 하러 나오는데, 그동안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된 줄도 몰랐다"며 "오후 7시 반이면 주변이 어두워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곳이고 관광객들이 와도 낮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 보라고 10억 원이나 들여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상당 기간 영상 송출이 중단됐음에도 구청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업에 대한 주민의 효능감이 없다는 의미"라며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할 시설을 10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는 것인데,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며 앞으로는 실효성 있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업체를 거쳐 진행한 마지막 점검 이후 을지훈련 등으로 19일까지 송출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중간에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진행되며 영상 송출이 중단됐던 것을 확인했다. 20일부터 재가동을 확인했으며 앞으로는 관리 애플리케이션과 인근 cctv, 현장 방문으로 송출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