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치료 주목…성인 대상 기업 강의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학교까지
"꽃꽂이, 서비스직 종사자, 민원 스트레스 받는 공무원 등에 인기"
핀터레스트, '마사 스튜어트 에스테틱' 검색량 전년 대비 2천889% ↑
여느 때처럼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SNS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짧게 스크롤을 넘기던 중, 문득 '꽃꽂이 원데이클래스'가 눈에 들어왔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나에게 힐링과 집중력을 동시에 줄 것 같았다.
다도, 서예에 이어 '집중력 끌어올리기' 마지막 체험 시리즈 '꽃꽂이'를 체험하기 위해 주말앤 팀은 지난 15일 달서구의 한 꽃집으로 향했다. 꽃집에 들어서자마자 꽃잎의 다양한 색과 향이 어우러진 장면이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거라면 잠시라도 온전히 한곳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꽃꽂이에는 정답이 없다…분위기를 만드는 '센터피스'
"오늘 수업 주제는 싱그러운 여름 소재의 꽃으로 만들어보는 계절감 가득한 센터피스(Centerpiece)입니다"
평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의 한 꽃집, 작은 스튜디오 안에는 카네이션, 거베라, 맨드라미, 투베로사, 여뀌, 자리공, 잎설유, 안스리움, 치어걸 장미 등 풋풋한 여름을 상징하는 계절 꽃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꽃가위와 플로럴 폼, 도구들이 준비된 테이블에 앉자마자 은은한 꽃향기가 밀려왔다.
이왕 체험할 것 좀 더 생소하게 다가온 '센터피스'를 선택했다. '센터피스'란 식탁, 연회 테이블, 혹은 공간의 중심부에 배치해 시선을 모으는 장식물을 뜻한다. 센터피스는 주로 자리의 분위기를 살리고, 공간의 중심에 자연스러운 초점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예쁜 꽃을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보는 방향과 위치를 고려해 형태와 구도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업은 짧은 이론 설명으로 시작됐다. 꽃을 꽂을 때는 높이를 다르게 해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꽃은 확실히 낮게, 포인트가 되는 꽃은 톡톡 올려주는 기법을 사용해 단조로움을 피한다. 센터피스 특성상 어느 면에서 봐도 빈 곳이 없게 전체적으로 동그란 형태로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곧 자유롭게 꽃을 꽂아보는 시간이 찾아오자 설렘은 잠시, 두려움이 밀려 들어왔다. 어디에 어떤 꽃을 꽂아야 할지, 끊임없이 나의 미적 감각을 의심하느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플로리스트는 "꽃꽂이에는 정답이 없어요. 마음 가는 대로 꽃을 꽂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완성되는 것이 매력이에요. 잘하려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본래 목적인 힐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잎을 정리하고 줄기를 자르며 오롯이 꽃에 집중하면서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이날 수업을 체험하는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놀라운 몰입을 경험했다. 손끝에 몰입하면서 잡생각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 클래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같은 꽃을 사용했음에도 참가자 각자의 취향이 꽃꽂이에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꽃 한 송이의 높낮이나 방향이 만든 사람의 성향과 기분을 반영하는 것 같아 마치 하나뿐인 특별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탁자 위에 꽃병을 놓았다. 체험 이후 일주일가량 직접 꽂은 예쁜 꽃들을 감상하면서도 '힐링'과 '집중'의 시간은 지속됐다. 체험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꽃을 꽂으며 얻은 몰입은 꽤 깊은 여운을 남겼다.


◆기업에서 학교까지…주목받는 원예치료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자극과 정보로 가득하다. 집중력은 금세 흩어지고, 스트레스와 불안은 쌓이기만 한다. 이런 일상에서 꽃과 식물을 활용한 '원예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이날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한 신지민 오디플레르 대표는 기업, 학교, 어린이집, 백화점 등 다양한 현장에서 꽃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주로 사내 복지 목적으로 강의를 요청해 오고 있다고 한다. 직원 대상으로 원예 치료 효과를 기대하거나, 신입사원 OT 등 특별한 경우 일회성 체험 활동으로 꽃꽂이 체험을 제공한다.
신 대표는 "직장인들에게 꽃꽂이는 일상의 쉼표가 된다"며 "특히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분들은 평소 감정을 억누르고 일하기 때문에 차분한 시간을 가지며 심리적 안정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강생 이 모(32)씨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민원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이 씨 역시 "평소 민원 업무에 시달려서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체험하게 됐다"며 "꽃을 어디에 꽂을지만 집중하면 돼서 좋았다. 꽃 색깔, 풀 색깔, 꽃향기 등 오감이 만족하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수업 분위기는 또 다르다. 꽃꽂이는 아이들이 하는 다른 활동과 달리 실패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좌절감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완성한다. 단순히 자르고 꽂는 쉬운 작업에 집중력이 없는 아이들의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특히 손으로 하는 활동은 소근육을 움직여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덕분에 문화센터 등에서는 5세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 대표는 "아이들은 오히려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오히려 자신의 작품에만 집중한다. 아주 섬세하게 꽂는 아이도 있고, 과감하게 5분만에 끝내는 아이도 있다"라며 "청소년 역시 꽃꽂이 활동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마사 스튜어트 에스테틱…자연으로 힐링하는 MZ
실제로 최근 MZ세대에서는 디지털 기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힐링을 얻는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꽃꽂이나, 직접 재배한 제철 재료로 요리하기, 소규모 정원 가꾸기 등이 포함된다.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가 발표한 '2025 여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마사 스튜어트 에스테틱' 검색량이 전년 대비 2천889% 급증했다. 이는 요리·정원 가꾸기·플로리스트 활동 등 자연 친화적 생활 방식을 즐기려는 흐름을 뜻한다.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가 방송과 사업을 통해 보여준 라이프스타일이 Z세대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피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힐링하려는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그는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년간 행복하고 싶다면 배우자를 맞이하고, 10년간 행복하려면 반려견을 키우고, 평생 행복하려면 정원을 가꾸라"고 말하기도 했다.
꽃꽂이는 어쩌면 '정원을 가꾸는 작은 실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 멈춰 나만의 작은 정원을 가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균형을 되찾는 데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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