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안전관리 소홀' 지적
열차 운행 무관한 '상례작업'…철길 아닌 노반 이동이 정석
커브길 구간 지나 120m 지점…소음 적은 '전기기차' 화 키워
정부, 초기대응팀 현장 급파 "코레일, 안전관리 전반 문제"

올 들어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잇따르며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극도로 커진 가운데 19일 경북 청도에서 운행 중이던 열차가 선로 주변 근로자를 치는 사고마저 발생했다.
모두 7명의 사상자를 낸 이날 사고는 근로자들이 작업 승인을 받고 선로에 진입한 지 불과 7분 만에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현장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로 진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작업승인 7분 만에 사고…"전형적 인재"
19일 오전 10시 50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역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남 진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제1천903호)가 선로 근처에서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었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5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현장 근로자들이 정밀 안전 진단 작업 승인을 받은 뒤 7분 만에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최근 폭우로 생긴 경부선 남성현역∼청도역 구간 비탈면 구조물 피해를 점검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이 가운데 1명만 코레일 소속이고 나머지 6명은 구조물 안전점검 전문업체 소속으로, 사망자 2명은 모두 전문업체 직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열차가 사고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에 근로자들이 선로 주변을 이동하고 있었던 점을 이번 사고의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열차가 접근할 때 작업자들이 선로 주변을 걷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전형적인 인재로 보인다"며 "통상 선로 주변에서는 열차가 들어오기 전이나 완전히 지나간 후 작업자들이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선로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이 이동할 때는 철길이 아닌 노반(철도 궤도를 부설하기 위한 토대)을 따라 이동하고, 노반에서 이동하면 사고가 날 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작업은 철로운행을 중지하는 '차단작업'이 아닌 철도의 위험지구 밖에서 열차운행에 지장 없이 역장의 승인을 받고 시행하는 '상례작업'이었다. 철도시설공단 및 외주에 의한 상례작업의 업무지침에는 철도운행관리자가 상례작업에 관한 철도운행안전협의서를 작성해 해당 역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고, 역장은 효율적 작업을 시행하고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경우 안전관리자에게 그 내용을 반드시 주지시키도록 하고 있다.
사고가 난 구간이 곡선 구간이라 기관사가 사고 지점까지 이르러서도 선로 주변 작업자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고가 난 곳은 커브구간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고 열차가 소음이 적은 전기 열차였던 점도 작업자들이 열차 접근을 인식하지 못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소방 관계자는 "기차가 전기로 가서 소음이 별로 안 난다고 하더라. 피해자분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추측한다"며 "사고 열차가 사상자들을 뒤쪽에서 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중진 대표는 "사고 당시 대피 신호체계가 제때 작동했는지, 현장 감독자가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안전관리 심각한 문제"
인재 가능성에 당국도 철도보호지구 운행안전 관련 작업 확인, 작업 전 철도운행안전협의서 제출 및 업무지침 준수, 철도운행 안전협의 결과 작업책임자에게 통보, 작업 중 이례사항 발생시 열차 방호조치 등의 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안전정책관, 철도안전감독관, 철도경찰 등으로 초기대응팀을 구성해 현장에 급파했다.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에 철도안전법령 위반사항이 있었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을 찾은 강희업 국토부 2차관은 현장 점검에서 "지난해에 이어 철도시설 유지보수 과정에서 또다시 작업자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작업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안전대책이 충분히 마련돼 있음에도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코레일의 안전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대책들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코레일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강도 높은 점검을 실시하고, 철저한 보완책을 통해 근본적인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발표한 '철도안전정책 혁신방안'과 '구로역·근덕역 작업자 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등 후속 조치를 현장 중심으로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대구고용노동청도 광역중대재해수사과, 산재예방지도과, 건설산재지도과 등으로 조사팀을 구성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다친 근로자 등을 상대로 소속 회사와 작업 책임자 등이 철도안전법 등 관련 법에 따른 안전조치를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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