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 李 정부 첫 산경장서 발표

입력 2025-08-18 17:28:08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장관 현안간담회'를 열고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관련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다. 정부는 이날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2025.8.17. 기재부 제공

정부가 이번 주 중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이하 산경장)를 열고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신속한 지원정책 없이는 산업 회생의 기회를 완전히 놓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경장을 열고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 방안을 발표한다. 20일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이영준 롯데케미칼 화학군 총괄대표 등 국내 석유화학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정부의 구조재편 안에 대한 설명과 동의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기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 붕괴다. 중국은 2020년대 들어 '에너지·화학 자급률 70% 이상'을 목표로 대형 나프타분해센터(NCC)와 프로판 탈수소(PDH) 설비를 공격적으로 신·증설했다. 그 결과 2014년 1천950만톤(t)이던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가 지난해 5천274만t으로 확대됐다. 10년 만에 3배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중동은 원유를 뽑아낸 자리에서 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석화 통합(COTC) 설비를 8곳 가동 중이며, t당 에틸렌 생산단가는 200달러 이하로 한국과 비교해 40% 이상 저렴하다.

2023년 세계 에틸렌 공급 가능 물량은 수요보다 26.7% 초과했고, 중동 물량이 추가로 풀리면 국내 범용제품의 가격 경쟁력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폴리프로필렌(PP),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폴리에틸렌(PE) 등 한때 '캐시카우'로 불리던 범용 제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PP는 자동차 부품·가전 외장재·포장재, TPA는 폴리에스터 섬유·PET병 원료, PE는 비닐·필름·용기 등 생활·포장 전반에 쓰이지만,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가격과 수익성이 동시에 추락했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업계 내부에서도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 간 자율적인 논의만으로는 파고를 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동시에 공동 설비 운용에 대한 공정거래법상의 예외 규정 도입, 세제 혜택, 고용 안정 장치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NCC 설비의 효율적 운영,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친환경 공정 도입 등 중장기 전략이 뒷받침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며 "정부의 전향적 결단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