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 88명 민간임대아파트 협동조합에 30억원대 사기 당했다"

입력 2025-08-18 17:09:38 수정 2025-08-18 18:04:41

임대보증금이라고 속이고 조합 가입 출자금 받아챙겨
피해자들 포항시청서 기자회견…"정부와 지자체가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 호소

18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18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용흥동 중앙하이츠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경북 포항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 사업에 참여했던 시민 80여명이 조합에게 30억원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용흥동 중앙하이츠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18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조합 측의 사기 행각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2020년 8월 '더 아이린 협동조합'은 포항시 북구 용흥동 387번지 일원에 572가구 공동주택을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 형태로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측은 조합원 가입 출자금이 마치 아파트 임대보증금인 것처럼 속였고, 아파트 브랜드 등을 신뢰한 이들은 조합이 요구한 돈 4천여 만원이 출자금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채 지급했다.

그러다 5년이 다돼 가도록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조합 측과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이들이 포항시 등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확인했으며, 진보당 포항시위원회는 중앙당을 통해 조합이 사실상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던 것을 파악했다.

이 일로 조합 측이 중앙하이츠 아파트 브랜드를 조합원 가입 홍보에 쓰기 위해 건설사 측과 잠깐 업무협약을 맺었다가 파기한 것도 드러났다.

또 조합 측이 받았던 돈의 명목도 임대보증금이라는 조합의 설명과 전혀 다른 '협동조합 가입 출자금' 형태여서 사업이 무산된다고 해도 돌려받기 힘들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조합 설립지역마저도 포항이 아닌 경남 김해시여서 지역에 조합 관련 연락처나 주소지가 남아 있는 것도 없다.

더 아이린 협동조합의 민간임대아파트 광고 안내판. 용흥동중앙하이츠피해자 대책위원회 제공.
더 아이린 협동조합의 민간임대아파트 광고 안내판. 용흥동중앙하이츠피해자 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5월 이런 사실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현재까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들은 모두 88명으로, 이들이 조합 측에 낸 돈은 30여 억원 상당이다.

이들은 지난 6월 조합원 임대아파트 사기사건을 포항시가 적극적으로 예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포항시를 항의방문하고, 시와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일부 피해자들은 사기 행각 처벌과 피해액 배상을 요구하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기자회견에선 ▷조합의 피해자 출자금 전액 환불 ▷피해 전수조사 및 문제 해결 포항시에 요구 ▷국토교통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 전수조사 ▷조합 측의 민형사상 책임 촉구 등을 주장했다.

백승봉 대책위 공동대표는 "지금 우리는 꿈이 무너지고 생계와 미래마저 위협받는 절망적인 상황에 서 있다"며 "대책위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포항시, 경북도,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도 사태해결과 피해 재발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관계자는 "이 사업이 진행될 당시 사기가 의심돼 주의 안내문을 동사무소에 배치하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섰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며 "시가 피해 회복에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