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이자 30조원 돌파…'빚 갚느라 헉헉' 미·일 닮아가는 한국(종합)

입력 2025-08-17 16:10:06 수정 2025-08-17 20:10:41

4년간 10조원 급증, 총지출 대비 4.4%로 상승
이재명 정부 210조원 투자로 부담 더 커질 우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의 모습. 2024.8.12. 홍준표 기자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의 모습. 2024.8.12. 홍준표 기자

국가 부채로 쌓인 국채 이자비용이 최근 4년간 10조원 가까이 급증한 데 이어 올해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210조원의 추가 투자 방침을 내놓으면서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와 재정정보포털 '열린재정'에 따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비용(결산 기준)은 2020년 18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28조2천억원으로 4년간 9조6천억원(51.4%)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3% 수준이다.

연도별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지출이 급격히 늘었던 2021년 19조2천억원을 기록한 뒤 2022년 21조원, 2023년 24조6천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올해 국채 이자비용은 3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고채 차입이자상환 예산으로 약 30조원을 편성했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이자상환 명목으로도 6천600억원을 배정했다.

정부 총지출에서 국채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3.4%에서 지난해 4.4%로 상승했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정지출이 급증하면서 이 비중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4%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이는 빚 갚느라 '헉헉대는' 미국과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기준 미국 정부는 평균 3.32%의 국채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5월 기준 미국 정부의 빚은 누적 36조2천200억 달러로 연 이자만 1조1천590억 달러(약 1천600조원)에 달한다.

일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5 회계연도에서 일본이 국채 이자 지급에 써야 할 규모는 100조원에 이른다. 2028 회계연도에서는 이 규모가 153조원으로 폭증할 것으로 일본 재무성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악순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대규모로 발행된 국채 물량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도별 만기도래 국고채 물량은 올해 94조원, 내년 98조원에 달한다. 2027년 약 74조원으로 줄었다가 2028년에야 50조원대로 떨어진다.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된 것도 추가 변수다. 결국 올해와 내년 모두 100조원 안팎의 차환발행 물량이 채권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채권가격 하락(금리 상승) 압력을 가해 정부의 이자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며 "핵심 공약과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25년 예산 대비 5년간(2026∼2030년) 총 210조원을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저성장 지속과 미국발 관세 충격 등으로 세수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정기획위는 "세입 확충과 강도 높은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재원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재정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 일본처럼 국채 이자 지급 부담이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채무 덫'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세수 기반은 약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