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흉상 복원? "중국·북한 군가 작곡자 기념해선 안돼"

입력 2025-08-16 15:20:31 수정 2025-08-16 15:38:26

광주 태생인 정율성 작곡가는
광주 태생인 정율성 작곡가는 '조선인민국 행진곡' 등 북한 사회주의 정권과 중국 인민군을 찬양하는 곡을 작곡했다. 매일신문 DB

광주광역시 남구가 훼손된 정율성 흉상의 복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광주 지역 기반의 시민단체가 반대 입장을 냈다.

14일 호남대안포럼은 "정율성 흉상 복원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이름도 변경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지난 12일 김병내 남구청장이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 세워졌다가 파손된 정율성 흉상을 오는 9월 중 다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호남대안포럼은 "정율성은 북한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곡을 작곡했을 뿐 아니라 직접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을 위협했다"며 "우리에게 총을 겨눈 사람을 국민 세금으로 기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독립 유공자의 15%가 호남 출신인데 왜 침략자를 기념해야 하느냐"며 "광주 남구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침략자를 기념하는 것은 호국영령을 조롱하는 것이자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남대안포럼은 "불법적 파손 행위는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며 "정율성의 행적이 이미 알려진 만큼 공적 공간에 흉상을 다시 세울 것이 아니라 완전히 철거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정율성은 중국의 국립묘지인
정율성은 중국의 국립묘지인 '팔보산 혁명 공묘'에 묻혀있다. 그의 비문에는 "인민은 영원하며, 율성 동지의 노래도 영원하다. 중국 인민은 그의 노래를 부르면서 일제 침략자들을 몰아냈고, 낡은 중국을 뒤엎었으며, 새 중국을 건립했다."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매일신문 DB

남구청은 최근 주 광주 중국총영사관 측으로부터 "중국인 방문객이 훼손된 흉상을 보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흉상 복원을 요청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율성 흉상은 2023년 10월 한 보수계 인사가 밧줄로 차량에 연결해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훼손됐다. 복원 13일 만에 같은 방식으로 재차 파손되면서 기단 일부까지 부숴진 상태다.

정율성의 딸 쩡 쇼우티. 그는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 MBC
정율성의 딸 쩡 쇼우티. 그는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 MBC

정율성은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나 북한군 장교로 활동하면서 중국 공산군과 북한군의 대표 군가인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해 '중국 군가의 아버지' 등으로 불렸다. 그의 유일한 혈육인 딸 쩡 쇼우티(郑小提)와 외손자는 모두 한국이 아닌 중국에 살고 있다. 광주MBC는 2014년부터 해마다 '정율성동요경연대회'를 열며 이따금 정샤오티를 광주로 초대하고 있다.

정율성동요경연대회 장면. 광주MBC
정율성동요경연대회 장면. 광주MBC

호남대안포럼은 2020년 6월 광주에서 출범한 시민단체다.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진정한 호남 발전을 위해선 이제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진행해 왔다. 내과 전문의 박은식 씨와 언론인 출신 주동식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