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덕의 밀리터리 뉴스] 태국은 왜 이스라엘 대신 '한국산 스마트 폭탄'을 택했나?

입력 2025-08-17 16:31:46 수정 2025-08-17 19:58:35

KGGB, 태국-캄보디아 국경분쟁서 이스라엘 무기 대체, '생존성' 확인
1억원 '가성비 폭탄' 전세계 러브콜…FA-50과 패키지 수출 기대
LIG넥스원, 정전탄·스텔스폭탄 개발로 미래 전장 준비

LIG넥스원이 개발한 정밀 유도폭탄 KGGB. 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이 개발한 정밀 유도폭탄 KGGB. LIG넥스원 제공

최근 '수출 효자'로 떠오른 K-방산의 위상이 전장에서 증명됐다.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분쟁에서 한국산 정밀유도폭탄 KGGB(Korea Gliding Guided Bomb)가 이스라엘산 무기를 대체하며 '게임 체인저'로 활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K-무기의 실전 성능과 미래 가치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은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분쟁에서 시작됐다. 분쟁 초기 태국 공군은 주력 전투기 F-16에 이스라엘산 레이저 유도폭탄 '리자드'를 장착해 임무에 나섰다. 사거리가 15km에 불과했던 리자드 폭탄은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다. 50km 사거리인 캄보디아 지대공 미사일(KS-1C) 위협에 F-16 전투기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위기의 순간 태국 공군의 선택은 '한국산' KGGB였다. 활공 날개를 이용해 70km 이상 날아가는 KGGB는 그야말로 해결사였다. 태국 F-16 전투기는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적의 방공망 사거리 밖에서 안전하게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었다. 단순한 스펙 우위를 넘어 조종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생존성'을 실전에서 입증한 것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실전 데이터는 수십 장의 제안서보다 강력하다"며 "KGGB의 태국 사례는 K-방산의 신뢰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KGGB의 높아진 위상은 예상치 못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캄보디아의 한 매체가 "태국이 소형 항공기에 KGGB를 장착해 훈센 총리 부자를 암살하려 했다"는 충격적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이는 곧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군사 전문가들은 해당 보도가 언급한 프로펠러 훈련기(AT-6TH)에는 크고 무거운 KGGB를 통합 운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GPS 좌표로 고정된 목표물을 타격하는 KGGB 특성상 이동하는 차량을 공격하는 암살 작전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짜뉴스조차 K-방산의 영향력이 국제적 정보전의 소재가 될 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KGGB의 진정한 위력은 '가성비'에 있다. 약 1억원이라는 합리적 가격에 기존 재래식 폭탄에 장착만 하면 스마트 폭탄으로 변신시키는 '키트' 방식은 엄청난 매력이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신형 미사일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국가들에게 KGGB는 최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국산 경공격기 FA-50과의 시너지는 폭발적이다. FA-50을 도입한 폴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KGGB를 '패키지'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남미의 콜롬비아 역시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무기체계에 비해 통합 절차가 비교적 자유롭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K-방산의 핵심 성공 요인"이라고 밝혔다.

KGGB의 성공 신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개발사인 LIG넥스원은 현재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전장을 준비하고 있다. GPS 전파 교란에 대비해 레이저 유도 기능을 추가하고 다양한 중량의 폭탄에 적용 가능한 '수출형 KGGB'를 개발 중이다.

더 나아가 적의 전력망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정전탄(Blackout Bomb)'과 스텔스 전투기 및 무인기에 탑재할 250파운드급 '스텔스 폭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GGB 실무장 사격 영상. 공군 제공
KGGB 실무장 사격 영상. 공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