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아픈 손가락' 최충연과 양창섭, 기지개 켜나

입력 2025-08-13 13:54:30 수정 2025-08-13 13:55:15

최충연, 2018년 맹활약 후 길어진 침묵
양창섭, 데뷔 첫 해 활약 후 부진 이어져
최충연은 812일 만에 1군 마운드 올라
구위 좋아진 양창섭, 마운드에 힘 보태

삼성 라이온즈의 최충연.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최충연. 삼성 제공

참 오래 기다렸다. 거물로 클 것 같던 두 투수가 긴 침묵을 딛고 다시 프로야구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아직 기대엔 못 미치지만 가능성은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최충연(28)과 양창섭(25) 얘기다.

프로 무대의 벽은 높다. 고교 시절 날고 기던 투수들도 고전하기 일쑤. 최충연과 양창섭도 그랬다. 입단 후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혀 좌초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래도 기대를 접긴 아쉬웠다. 잠재력이 아까웠다. 이들이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 이유다.

최충연은 경북고 출신. 2016년 삼성의 1차 지명 신인이다. 애초 선발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불펜에서 더 빛났다. 2018년엔 태극마크를 달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그 해 리그에선 2승 6패 8세이브 16홀드(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최충연.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최충연. 삼성 제공

하지만 부상이 최충연의 발목을 잡았다. 팔꿈치 문제로 수술대에도 올랐다.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날이 길어졌다. 2022년 복귀했으나 38경기에 출전해 1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후에도 부상과 재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갔다.

신인 양창섭에 대한 기대도 컸다. 덕수고 시절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은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양창섭을 지명했다. 데뷔 첫 해 가능성을 보였다. 고졸 새내기가 19경기에 등판해 7승(6패, 평균자책점 5.05)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충연처럼 부상으로 무너졌다. 잦은 부상 속에 제대로 크지 못했다. 팔꿈치 인대가 손상되고 뼛조각이 발견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고교 시절 무리한 여파란 얘기도 나왔다. 2023시즌엔 15경기에 나서 3패(2홀드)만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9.10에 이르렀다.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 삼성 제공

둘 중 먼저 기지개를 켠 건 양창섭. 올 시즌 구위가 좋아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구속도 시속 140㎞중후반대로 빨라졌다. 대체 선발과 불펜 역할을 오가며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6월 11일 KIA 타이거즈전엔 선발로 나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 기대감을 키웠다.

최충연은 812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섰다. 9일 KT 위즈전 8회말 2사 1, 3루 위기 때 양창섭에 이어 등판해 KT 황재균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튿날엔 KT 세 타자를 상대해 1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자신감이 붙으면 더 좋은 투구를 할 거란 평가가 뒤따랐다.

삼성은 12일 KIA 타이거즈에 1대5로 졌다. 상대 에이스 제임스 네일(7이닝 무실점)에 밀려 완패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등판한 양창섭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4회초 1사 상황에서 등판한 뒤 8회 1사 때까지 4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버텼다.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양창섭. 삼성 제공

박진만 감독은 "최충연은 시속 140㎞대 초반인 구속을 중반대로 끌어올린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불펜이 힘든 가운데 양창섭의 투구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아직 젊은 투수들이다. 선수 생활도 많이 남았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