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싱턴 DC에 주방위군 배치… 경찰 통제, 군 활용"

입력 2025-08-12 16:13:55

수도 범죄근절 대책 발표 기자회견
'워싱턴 DC 해방의 날' 선언
주방위군 800명 배치, 우선 대응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건물을 뒤로하고 FBI 요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건물을 뒤로하고 FBI 요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수도인 워싱턴 DC에 800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하고, 범죄 대응을 위해 일시적으로 시 경찰청을 장악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의 경찰 업무를 연방정부 직접 통제 하에 두고, 군을 치안 강화에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하면서 "우리의 수도를 범죄, 살상, 무질서한 혼란 등에서 구해내겠다"고 했다. 또 '범죄 비상사태', '증가하는 폭력' 등을 언급하며 "범죄를 통제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울러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공원 경찰 등 약 500명의 법집행 요원들이 순찰 업무에 투입된다고 덧붙였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LA에 주방위군이 투입됐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장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반대 의견을 강하게 냈었지만 무소용이었다.

워싱턴 DC 직접 통제의 근거로 댄 범죄율 폭증에는 이견이 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은 "시의 범죄율이 크게 감소했다"며 "폭력범죄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 DC 메트로폴리탄 경찰청(MPDC)이 발표한 범죄통계에 따르면 폭력 범죄는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감소 추세는 뚜렷해 8월 현재까지 폭력 범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줄었고, 강도 범죄는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범죄 통계의 주요 출처 중 하나인 FBI의 보고(9% 감소)와 다소 차이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 도중 워싱턴 DC에 주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히며 범죄율 증가 그래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 도중 워싱턴 DC에 주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히며 범죄율 증가 그래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이례적인 권한 행사이며 워싱턴 DC의 선출직 지도자들의 권한을 건너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적 관례를 무시해 온 2기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집권 방식으로 평가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DC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앙금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워싱턴 DC를 "더럽고 범죄로 가득한 도시"라 부르는 데 스스럼없었다. 자신이 집권할 경우 워싱턴 DC가 가진 자치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달 초에도 강력범죄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워싱턴 DC를 연방정부 직할시로 만들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