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고기 준비해 주세요" 포항 의사 사칭 노쇼 사건 잇따라

입력 2025-08-13 16:39:21 수정 2025-08-13 21:05:03

이달 8건 이상…병원에 실제 근무하고 있는 의사 명함으로 식당 주인들 속여

경북 포항의 한 종합병원 과장을 사칭하며 피싱 범죄에 사용한 가짜 명함. 독자제공
경북 포항의 한 종합병원 과장을 사칭하며 피싱 범죄에 사용한 가짜 명함. 독자제공

"포항 ○○병원인데요, 돈 생각하지 마시고 13명 먹을 수 있는 최고급 고기 준비해 주세요."

최근 경북 포항에서 종합병원 의사를 사칭해 고급 음식점을 상대로 노쇼(No–Show) 사건이 잇따라 상인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상인들에 따르면 포항의 한 종합병원 소속 의사를 사칭해 소고기, 회 등 고급 음식점에 예약을 한 뒤 나타나지 않은 사례가 이달 들어 최소 8건 이상 발생했다.

지난 8일에는 포항 남구의 한 고집에 자신을 포항○○병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과장님과 함께 회식할 예정이니 13명 분의 최고급 소고기를 준비해 달라"며 과장 명함과 함께 예약을 요청했다.

주인이 가성비 좋은 부위를 추천하자, "돈은 상관없으니 무조건 비싼 걸로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의사 사칭 피싱 사기범들이 식당 주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독자제공
의사 사칭 피싱 사기범들이 식당 주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독자제공

하지만 A씨는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휴대전화 메시지로 받은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확인 결과 명함에 적힌 과장은 재직하고 있었으나 식당을 예약은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앞서 6일에도 포항 북구의 한 고급 횟집에 또 다른 병원의 과장 명함을 전하며 15명이 회식을 원하다는 전화가 걸려왔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과장 명함은 실제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과장의 명함과 휴대전화 번호를 제외하고는 똑같았다. 식당 주인은 "종합 병원 과장이라는 명함에 속아 예약을 받았는데, 결국 100만원이 넘는 음식을 그대로 버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달 초 포항 남구 한 소고기 전문점에서는 병원 원장을 사칭한 한 남성으로부터 16명의 회식을 위한 음식과 300만원 상당의 고급술을 준비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주인은 이 남성이 주문한 술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얘기하자, "알았다'는 답변을 끝으로 더 이상 통화가 되지 않았다.

피해를 당한 한 상인은 "요즘 포스코 등 철강 경기의 어려움으로 손님이 줄어 고민이 큰 데, 이 같은 사기까지 기승을 부려 장사하기가 더 어렵다"며 "강력한 단속으로 이들을 벌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의사 사칭 피싱 범죄를 확인하는 전화가 많아지고 있다. 병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과장들의 정보를 토대로 명함을 만든 뒤 노쇼 행각을 벌이는 것 같다"며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