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대신 즐거움… 탐구가 놀이가 된 하루
교과 연계·1대1 심사·지속 피드백, '경북형 IB' 실험 무대
경북교육청이 지난 9일 구미코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제2회 경북 고등학생 질문·탐구 궁리한마당'이 학생들의 웃음과 열정으로 가득 찼다.
지난해 첫 회에서 '등수 없는 축제'라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화제를 모았다면 올해는 교과 수업과의 연계, 심사위원 1인 1팀 밀착 심사, 지도교사의 지속적 피드백이라는 세 가지 혁신을 더해 단순한 대회를 넘어 '모두가 즐기고 탐구하는 배움의 장'으로 진화했다.
이날 본선에 진출한 15개 팀 78명의 학생들은 정오부터 4시간 넘게 질문을 만들고, 탐구하고, 발표하며 즉석 질문에 답변했다. 그러나 그 어떤 긴장감도, 순위 경쟁의 날 선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곳곳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조별 토론에 몰입한 목소리, 발표 후 "좋은 질문이었어!"라고 건네는 격려가 대회의 공기를 가득 메웠다.
예선부터 형식은 독특했다. 도내 54개 팀이 참가한 예선은 각 학교의 특정 공간에서 50분 동안 '발표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과 후 과제나 사교육 도움은 금지됐고 평가 기준은 '발표 기교'가 아닌 '질문과 탐구의 과정'에 있었다.
한 심사위원은 "완성도 높은 PPT보다 진짜 궁금증과 문제의식을 담은 과정이 훨씬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본선 현장에서는 '1인 1팀 심사'라는 실험이 펼쳐졌다. 심사위원이 각 팀 옆에 앉아 질문 생성부터 자료 분석, 결론 도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공식 피드백 시간에 맞춰 조언을 건넸다.

학생들은 "심사라기보다 함께 연구하는 파트너를 만난 기분"이라고 했다.
올해 궁리한마당의 슬로건은 '줄탁동시(啐啄同時)'.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쪼아 나올 때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돕는 순간을 뜻한다. 학생이 안에서 질문과 탐구의 알을 깨뜨리면 교사는 밖에서 피드백과 조언으로 완성하는 구조다. 지도교사들은 공식 피드백 3회, 작전 타임 5회 이내의 기회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각 팀이 다룬 주제는 기후 위기 대응 전략, 청소년 투표권 확대 필요성,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AI 윤리 가이드라인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가 많았다. 한 조는 '탄소 중립을 위한 지역 축제의 변화'를, 또 다른 조는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제로 발표해 현장의 토론 열기를 끌어올렸다.
행사에 참가한 경북일고 1학년 이우진 군은 "올해 첫 참가 해봤는데 질문을 발전시키고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며 "교과 수업과 연결돼 있어 배운 내용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가한 지도교사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토론·발표하는 과정에서 훨씬 주도적으로 움직였다"며 "행사 후반부로 갈수록 발표 내용이 더 풍성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은 궁리한마당을 학생 생활기록부에 기록 가능한 공식 활동으로 인정하고, 내년에는 참가 학교와 팀을 확대할 방침이다. '궁리'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학교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탐구가 일상이고 놀이가 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질문이 넘치는 교실에서 자란 학생들이 궁리한마당에서 깊이 탐구하고,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피드백하는 모습이 마치 우리 고유의 IB(국제 바칼로레아) 같았다"며 "앞으로도 경북형 질문·탐구 교육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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