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김영진] 임종식 경북교육감, 이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

입력 2025-08-11 17:15:11 수정 2025-08-11 19:13:35

김영진 사회2부 기자
김영진 사회2부 기자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정당한 훈육을 미워하지 않는다."

미국 가족심리학자 제임스 돕슨 박사의 말이다. 성경의 잠언에서도 '사랑하는 자녀에게는 훈육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사랑하기 때문에 때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회초리는 단순한 체벌이 아니라 잘못에 대한 책임과 지도, 그리고 사랑이 전제된 훈육을 뜻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우려해 훈육의 시기를 미루다 보면 기강 해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경북교육청이 지금부터라도 내부 질서를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초리는 미움을 사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리더의 책임이자 의무다. 오히려 침묵과 방관이야말로 구성원을 더 깊은 혼란 속에 빠뜨린다.

지난 6월 19일 대구고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식 경북교육감과 관계자 6명 전원에 대해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적으로는 오명을 벗었지만, 지난 3년간의 재판 과정은 경북교육청에 깊은 상처와 흔적을 남겼다.

그 사이 조직 기강은 눈에 띄게 흔들렸다. 한 학교장은 교육지원청과 교육청이 우려한 사안을 '학교장 권한'이라며 강행했고, 그 결과 교육장과 교육감이 함께 고발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상사에게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다 규정 위반 지적을 받으면 '갑질'이라 맞받아치는 '역(逆)갑질'도 빈번했다. 정당한 지시마저 거부하는 풍토는 지난 3년간의 혼란 속에서 뿌리내린 병폐다.

이제 임종식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직장 내 갑질 방지 장치는 있지만, 상급자의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역갑질에 대응할 제도는 없다. 근무성적 평정이 있으나 점수를 낮게 주면 '갑질'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 부재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리더십은 권위를 잃고 조직은 방만해질 수밖에 없다.

학교장의 재량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조직의 방향을 거스르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한목소리로 우려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율이 아니라 해이다. 이런 사례에 대해서는 인사 배제 등 분명한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인사는 조직 문화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책임을 묻는 인사가 이뤄져야만,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경각심을 줄 수 있다.

승진 인사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유능하고 동료와 소통이 잘 되는 인물이 승진해야 한다. 단순히 연차와 순번에 따라 '내 차례'라며 자리에 오르는 문화가 이어진다면 조직은 병든다. 능력과 리더십이 없는 인사가 부서장이 되면 구성원과의 신뢰는 무너진다. 교육 현장은 교사와 행정 직원, 지역사회가 촘촘히 연결돼 있어 부서장의 성향과 역량이 교육 서비스의 질에 직결된다.

임 교육감은 2심 무죄 선고 후 "경북교육은 이제 시작이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 멈출 수 없다"며 "법적으로는 벗어났지만 교육감으로서의 무게는 더 무겁다. 시작한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 3선 도전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무죄 선고로 법적 족쇄는 풀렸지만 경북교육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과제는 지금부터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훈육이 필요하듯, 조직도 잘못을 바로잡는 엄정함이 있어야 발전한다. '경북교육, 세계교육 표준으로'라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지금이 바로 사랑의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