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약국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못 쓰는 이유는?

입력 2025-08-08 06:30:00

상급종합병원 앞 문전약국 등은 쓸 수 있는 곳 거의 없어

ChatGPT를 통해 생성한 약국 약사와 손님간의 실랑이.
ChatGPT를 통해 생성한 약국 약사와 손님간의 실랑이.

"저 약국은 되던데 왜 여기는 안 돼요?"

병원에서 처방전을 들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약값을 계산하려던 A(50)씨는 결제를 거절당하자 이같이 물었다. 집 근처의 약국에서 소비쿠폰을 이용해 선물용 드링크제 1박스를 결제한 경험이 있던 A씨는 병원 근처의 약국에서는 소비쿠폰 결제가 안 된다고 하니 의아함과 황당함이 함께 몰려왔다.

약국 직원은 "저희 약국 매출이 소비쿠폰 사용처 대상이 되지 않아서 결제가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한 달치 약값 1만5천원을 아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안 된다니 이해가 선뜻 잘 안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매출 상승의 효과를 노린 곳 중 하나인 약국이 매출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인근 처방조제약국들은 대부분 매출 규모가 커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 때에 따라서는 방문한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7일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인근 10여 곳의 약국 중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쓸 수 있는 곳은 한 곳 뿐이었다. 소비쿠폰 결제가 안 된 약국들은 "아쉽게도 저희가 매출 규모 때문에 사용 대상 선정에서 탈락했다", "아마 인근 약국들 대부분이 소비쿠폰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소비쿠폰의 사용처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장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처방전 조제 약국 중 상급종합병원 인근에 위치한 소위 '문전약국'들은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들의 가격이 높고 처방일수와 양 등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소비쿠폰 사용처 선정 과정에서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잡다보니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들은 이 '30억원'의 벽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약국 안에서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한 약사는 "손님들이 '저기는 되는데 왜 여기는 안 되냐', '병원은 받아주는데 약국은 왜 안 받아주냐'라며 따지는데다 심지어는 조제가 끝난 처방전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곤란한 경우도 생긴다"며 "소비쿠폰을 만든 정부의 취지에도 공감하고, 손님들도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알지만 정부의 불합리한 기준 때문에 애먼 약국들만 욕을 먹는 꼴이 됐다"고 속상함을 털어놨다.

대한약사회 또한 행정안전부 등에 약국에 대해서는 연매출 기준이 아닌 과세매출 기준을 적용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병미 대구시약사회장은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도 기준의 맹점 때문에 손님과 마찰을 겪는 약국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가 약국 매출의 특성을 고려해서 좀 더 세밀하게 정책을 마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