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끝판 대장' 오승환, 은퇴 기자회견…1982년 황금 세대 모두 퇴장

입력 2025-08-07 14:57:55 수정 2025-08-07 18:52:16

오승환, 7일 기자회견서 은퇴 공식 발표
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통산 427세이브
오, "팬들 사랑 감사, 영구 결번은 영광"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껴주신 팬들, 구단 덕분에 영구 결번 영광(21번)을 얻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43)이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승환은 7일 인천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21년에 걸친 여정을 마치는 소회도 전했다.

오승환은 KBO 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리그 통산 427세이브(평균자책점 2.32) 기록은 독보적이다. 일본 프로야구 NPB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도 누볐다. 한미일 통산 1천96경기에 등판해 모두 549세이브(일본 80개, 미국 42개)를 기록했다.

오승환이 프로 무대에 데뷔한 건 2005년. 그 해 전반기 막판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통산 300세이브를 넘긴 건 오승환뿐이다. 특히 2006년과 2011년 세웠던 리그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7세이브)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삼성 제공

오승환의 선수 생활에서 변곡점이 된 건 2006년 3월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세계적 선수들이 조국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한국 대표팀도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해 이름값 높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당시 오승환은 동갑인 김태균과 함께 두 번째로 어린 선수. 애초 박찬호를 마무리로 썼던 김인식 감독은 박찬호를 선발로 돌리는 대신 2라운드 2차전 미국전부터 오승환에게 뒷문을 맡겼다. 오승환은 특유의 돌직구로 주목을 받았다.

오승환은 "고교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아 MLB에 진출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1회 WBC에 출전해 MLB에서 뛴 선배들과 함께하고, 현역 메이저리거를 상대하면서 혹시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삼성 제공

그 꿈은 이뤄졌다. KBO 리그 최고 마무리가 된 오승환은 2014년 일본으로 건너가 2시즌 동안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며 일본에서도 '최고'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16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손을 잡으며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는 꿈도 현실이 됐다.

제1회 WBC 4강 멤버 중 유일한 현역은 오승환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은퇴를 결심하면서 당시 선수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오승환을 끝으로 한국 야구의 '황금 세대'라 불린 1982년생들(이대호, 김태균, 추신수, 정근우)도 모두 옷을 벗었다.

한국은 이들을 앞세워 신화를 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들도 세월을 이겨내진 못했다. 2020년부터 차례로 옷을 벗었다. 올 시즌 리그 최고령 선수였던 오승환도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은 오승환의 등 번호 21번을 구단 역사상 네 번째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다. 오승환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남은 경기에서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미래는 구단과 잘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