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직(職)'을 거두는 취지의 국회청원(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신분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 약 6개월 전이었던 6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 '접속 먹통' 사태까지 빚으며 사상 최다 기록인 143만4천784명의 동의를 모으는 등 국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은 뒤로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국회청원 결과가 정치인의 직을 빼앗은 경우는 없지만, 여론을 여론조사마냥 숫자(동의수)로 드러내는 효과가 많은 사람들의 눈을 모으고 있고, 이 때문에 청원이 등록되는 것 자체부터 그 진행 과정 및 결과가 또 다른 뉴스 또는 논평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성 언론만 뉴스가 아니다. SNS도 뉴스고, 유튜브도 뉴스고, 국회청원도 뉴스인 시대다.
물론, 정말로 여론의 풍향계인듯, 공교롭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해당 청원이 동의수 신기록을 세우고(7월 20일 청원 종료) 약 5개월 뒤인 2024년 12월 14일 탄핵소추가 성립해 직무가 정지됐고, 다시 3개월여 뒤인 2025년 4월 4일 파면됐다.

아울러 지난 6월 4일~7월 5일 진행된 '이준석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의 경우, '역대급'인 60만4천630명의 동의를 모아 국회로 넘겨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역시 공교롭게도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현재 특검 강제수사와 국회 윤리특위 가동이라는 겹악재가 당도해 있다. 이 가운데 국회 윤리특위가 해당 청원을 다룰지 시선이 향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국회청원은 30일 동안 5만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법안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시키는 제도인데, 이후 심사를 거쳐 채택(국회 본회의 부의 의결) 또는 폐기된다.
이같은 '직을 내놔라' 취지의 국회청원은 당사자에겐 '피하고 싶은', 흠집 내기 내지는 마녀사냥의 현상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일종의 여론 표출이고, 일반 개인이 아니라 공인인 국회의원정도라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요소일 수 있다. 물론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의 치명적 언급이 포함돼 있다면 당연히 공개를 막아야 하는데, 이는 후술하는 청원법에서 다룬다.
▶그런데 최근 의원 제명 요구 청원이 어떤 경우는 바로 진행되고, 또 어떤 경우는 검토에 따라 공개가 지연되고 있어 시선이 향한다.
그러면서 여론의 풍향계 역할도 지연되는 모습이다.
한 예로 '송언석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이 지난 7월 31일 등록돼 동의를 받고 있다.

하루 뒤인 8월 1일 등록된 '진성준 의원의 제명을 청원합니다.에 관한 청원'의 경우 나흘이 지난 5일 오전 1시 기준으로 여전히 공개 여부가 검토 중이다. 8월 2일 등록된 '진성준 국회의원 제명을 강력히 촉구합니다에 관한 청원'과 8월 3일 등록된 '진성준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 및 특별검사를 요청합니다에 관한 청원'도 마찬가지로 비공개 상태이다.
국회청원은 등록한다고 바로 공개되지 않는다. 일단 기한 내 100명이 찬성하면(일종의 청원 발기인인 셈이다), 국회청원심사규칙 제2조의2제2항에 따라 공개 여부 검토가 이뤄진다. 이때 동의 절차가 일시적으로 제한된다. 검토 최대 기한은 7일이다.
이에 따르면 진성준 의원 제명 요구 청원 3건의 경우 늦어도 8월 8~10일에는 공개될 수 있다. 물론, 검토 결과에 따라 청원 진행이 거부될 수도 있다.
▶청원 진행 거부는 우선 청원법 제6조 '청원 처리의 예외'에 따른다. 법이 이렇다.
제6조(청원 처리의 예외) 청원기관의 장은 청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리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유를 청원인(제11조제3항에 따른 공동청원의 경우에는 대표자를 말한다)에게 알려야 한다.
1. 국가기밀 또는 공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
2. 감사·수사·재판·행정심판·조정·중재 등 다른 법령에 의한 조사·불복 또는 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사항
3. 허위의 사실로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하는 사항
4. 허위의 사실로 국가기관 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항
5. 사인간의 권리관계 또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
6. 청원인의 성명, 주소 등이 불분명하거나 청원내용이 불명확한 사항
또한 동일인의 반복 청원 및 이중 청원에 대해서도 청원법 제16조 '반복청원 및 이중청원'에 따라 2건 이상 제출된 경우 나중에 제출된 청원서를 반려 또는 종결 처리할 수 있다.
아울러 국회법 제123조 '청원서의 제출'에 따라 재판에 간섭하는 내용,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 국가기밀에 관한 내용의 청원인 경우에도 거부된다.
▶이런 경우라면 청원 자체가 예외 처리가 돼야 하는데, 진성준 의원 제명 요구 청원들 가운데 기한 내 100명이 찬성한 3건 사례의 경우 현재 공유된 링크 접속 시 '검토 중'이라는 팝업(공지)이 뜬다. 즉, 아직 거부된 건 아니다.

누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회청원 웹사이트의 공개 청원들을 '등록일' 순으로 검색 시, 송원석 의원 제명 요구 청원이 등록된 7월 31일 이후 '검토를 통과한' 청원은 8월 4일 등록된 것부터다.
즉, 8월 1~3일 등록된 청원들은 건너뛴 것이다. 여기에 진성준 의원 제명 요구 청원 3건도 포함된 셈이다.
▶사실 진성준 의원 제명 요구 청원 가운데 1건은 진성준 의원에 대한 명예 실추 소지가 엿보인다. '금융에 대한 무지한자' '금융 무식자' '금융 주적이자 내란행위' 등의 표현이 그렇다.
그러나 또 다른 1건은 '1. 국가 경제 기반 '금융시장'을 파괴한 직접 책임자' '2.경제를 모르는 정치인의 위험성, 그 실체가 드러났다' '3.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린 자해적 정책' '4. 국민을 적으로 돌린 발언, 용서할 수 없다'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주장들로 내용을 구성했고, 특히 '5. 의원 제명 사유로서 명백한 요건 충족'에서는 헌법과 국회법의 국회의원 제명 사유를 근거로 드는 등 감정은 절제하고 논리와 형식을 꽤 갖췄다.
물론 그간 화제가 된 국회청원 사례들을 보면, 꼭 논리와 형식을 잘 갖추고 명예 실추 등 청원법 제6조 '청원 처리의 예외' 등을 극복해야만 검토를 통과하는 건 아니었다.
한 예로 지난 2월 19일~3월 21일 진행된 '불의한 재판관 문형배의 탄핵에 관한 청원'은 '간첩인 신영복을 존경하고' '문재인과 친척 사이' '이재명과 호형호제하는' '군대 내 동성애를 (군대 내 항문성교를) 지지하고' 등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청원글에 나열했음에도 검토를 통과해 청원이 진행, 8천189명이 동의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버젓이 한 달 동안 국회청원 웹사이트에 공개된 것이고, 지금도 검색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국회청원 공개 조건, 즉 검토 시 살펴보는 요소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만하다. 기사 제목에서 가리킨 것처럼 꼭 지금의 송언석·진성준 의원 제명 요구 국회청원 사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진성준 제명 국회청원 등장…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벌써 국회행
[인터뷰] 주호영 국회부의장 "절박감·전투력 없는 국힘, 민주당에 못 당해"
국힘 당권주자들, 후보 등록 후 '찬탄'도 '반탄'도 나란히 TK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영향?…李 대통령 국정지지율 63.3%
진성준 "주식시장 안무너진다"…'대주주 기준' 재검토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