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은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 가면서 일터에서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는다. 사고로 죽고 골병들어 죽는다. 동료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하다가 죽는다. 이것이 일터인가. 이러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무이하다. 반도체를 못 만들고 자동차를 못 만드는 나라들도 이처럼 야만적이지는 않다.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 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2019년 9월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가 '김용균이라는 빛' 북 콘서트에서 낭독(朗讀)한 글의 일부다. 그는 2020년 12월 한 신문에 '오늘도 퍽퍽퍽, 내일도 퍽퍽퍽… 노동자들이 부서진다'는 특별기고문도 실었다. 김 작가는 산업재해 문제의 여론화(輿論化)에 앞장서고 있다. 2년 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앵커가 "'보수'로 분류되는 김 작가가 산재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물었다. 이에 김 작가는 "사회의 안정과 질서, 우리 사회의 공통된 정서의 편안함, 이런 것을 지향하는 게 보수주의자의 길"이라며 "산재로 일 년에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이 사회는 안정되고 편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보수주의자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하러 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오는 노동자가 하루 2명꼴이다. 지난해 노동자 1천271명이 직업 관련 질병으로, 827명이 추락·끼임·깔림·폭발 등의 사고로 숨졌다. 생명과 타인에 대한 감수성(感受性)을 잃은 공동체는 야만 사회다. 불의의 죽음을 일상으로 여기고, 그 죽음을 애도하고 성찰하지 못한 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란 오명(汚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SPC, 포스코이앤씨, 태안화력발전소의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 해당 기업과 정부 부처를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건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직을 걸라"고 지시했다.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悲劇)은 끝나야 한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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